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1월 14일 어두운 곳(+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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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1월 14일 어두운 곳

 

예수님 시대에 사람들은 질병은 죄의 결과라고 알고 있었다. 지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비윤리적인 행동이 육체에 병이 생기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할 거다. 마음의 병이 육체를 병들게 하고 삶 전체를 어둡게 한다.

 

예수님 시대 나병 환자는 이미 죽은 사람과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예수님이 등장하는 어느 오래전 영화에서 가족과 마을에서 쫓겨난 나병 환자들이 어두운 동굴 속에서 모여 지냈다. 그들은 옴 몸을 감추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느님만이 그 병을 고쳐줄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러니 그들은 치유되고 다시 가족과 마을 사람들과 지내는 희망을 품을 수 없었을 거다. 가족들도 가까이 오지 못하니 사제도 만날 수 없는데 어떻게 하늘에 계시는 하느님을 만나 고쳐달라고 청한단 말인가. 하느님만 고쳐주실 수 있다는 말은 그들에게는 절망이었을 거다.

 

오늘 복음의 그 나병 환자는 땅으로 내려오신 하느님을 만났다. 그가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라고 믿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분은 그 병을 고쳐줄 수 있다고 믿었을 거다. 그러니까 사람들 근처에 가면 안 된다는 규정을 어기고 그분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의 제지와 욕설, 심하면 돌팔매까지 받을 수 있었다. 사실 그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는 그분에게서 놀라운 말씀을 들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르 1,41).” 예수님은 그가 깨끗해지기를, 회복되기를 바라셨다. 하느님은 그가 어두운 곳에서 그렇게 죽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으셨다. 하느님은 우리가 살기를 바라신다. 문제는 우리 자신이다. 어두운 그곳에서 나오지 않는 건지 아니면 나오려고 해도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그 영화 속 나병 환자들이 자신의 몸을 철저히 가리고 지내던 그런 어두운 동굴 같은 곳이 있는 것 같다. 주님이 내 안으로 들어오셔서 가리게 치워버리고 치료해주시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안 된다. 내가 모셔 들이기 전에는 주님은 내 안으로 막 들어오시지 않는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하느님은 하실 수 있고 그러기를 바라시고 준비가 다 되셨는데 말이다. 나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데 말이다.

 

주님, 아프면서도 고쳐달라고 청하지 않는 건 무슨 심본지 모르겠습니다. 겉으로는 하느님의 심판이 두려워서 그런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거기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 자꾸 그렇게 합니다.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죄인들의 피난처이시니 어머니 안에서 구세주 아드님을 맞아들이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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