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1월 30일 주님을 믿는다는 건(+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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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1월 30일 주님을 믿는다는 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의 성화에 폭풍을 잠재우신다. 성화를 부리는 제자들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 거다. 어두워진 호수 위에서 폭풍에 배는 뒤집힐 것 같고 넘쳐 들어오는 물을 퍼내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 와중에 예수님은 주무시고 계셨다. 말이 성화지 아마 화가 났을 거다. 배가 가라앉아 죽을 판인데 아무것도 안 하시고 주무시고만 계시니 말이다.

 

제자들의 성화에 깬 예수님은 폭풍을 잠재우셨다. 그리고 제자들은 겁낸다고, 믿음이 없다고 꾸지람을 들었다. 예수님이 바람과 호수도 복종하는 분이라고 믿었다면 제자들은 어떻게 했을까? 폭풍이 잠잠해질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을까? 만일 그랬다면 배는 결국 가라앉았을 것이다. 호수에 빠지지 않게 조심하며 열심히 물을 퍼냈을 것이다.

 

호수는 항해하기 좋게 잔잔할 때도 있고, 그날처럼 고약하게 심술을 부릴 때도 있다. 호수는 제자들이 갈 때에 맞춰 늘 잔잔하지 않다. 그건 예수님이 그 배에 타고 계셔도 마찬가지다. 주님이 함께 계심을 믿는다고 모든 어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믿으면 믿을수록 더 많은 도전과 시련이 닥칠 거다. 불로 단련을 받은 금도 결국엔 닳아 없어지고 마는데 영원한 생명의 보증인 믿음이 그런 것들로 단련되는 건 당연하다(1베드 1,7). 그렇게 단련되어 더욱 순수해진 믿음은 하느님을 감동하게 할 것이다.

 

믿음은 구원의 보증이다(히브 11,1). 믿음은 내 앞에 끝없이 펼쳐진 주인 없는 초원과 같아서 내가 말뚝을 박아 울타리를 치는 만큼 내 땅이 된다. 그러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무리 먼 곳을 바라봐도 거기까지 직접 걸어가서 울타리를 치지 않으면 내 땅이 되지 않는다. 하느님은 그 땅 모두를 내어놓으셨다. 갖고 싶은 만큼 다 가질 수 있다. 내가 얼마나 그리고 어디까지 가지게 될지 하느님도 모르신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집착하지는 않는다. 여기 삶은 나의 믿음이 시험받고 단련되는 곳이다. 세상 것들은 내 몸도 그곳으로 가져갈 수 없다.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오직 믿음뿐이고, 그 중에서도 순수해진 것만 남는다.

 

예수님, 아니라고 말하지만, 세상 것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미련이 제 안에 있습니다. 계획한 일이 잘되고, 제가 바라고 응원하는 것들이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잘 안 될 때 조바심내고 짜증을 냅니다. 그런 것들에서 다시 마음을 떼어 내어 주님께로 향합니다. 십자가에 억울하게 돌아가시기까지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따르셨던 주님의 뒤를 따릅니다. 일이 잘 안 되어도 선하고 거룩한 일들을 계획하고 실천하며 살았다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결국 사라지고 말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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