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나해 2월 6일(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자기로부터 탈출(+MP3)

나해 2월 6일(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자기로부터 탈출 

내가 지금 기도하는 이것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적대자들과 맞서 싸운 게 아니라 배교하지 않아 희생됐다. 예수님도 좋은 것을 가르치고 좋은 일만 하셨는데 저리되셨다.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처음부터 위협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았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이타적이다. 그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로 사랑은 완전히 이타적이다. 이것을 지키고 이렇게 살기 위해서 그 많은 사람이 목숨까지 내놓았다. 그렇게 그들은 이기심의 감옥에서 탈출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올가미에서 완전히 풀려났다. 그렇다, 모든 죄의 뿌리가 바로 이것들이다. 나의 것들, 나의 재산, 나의 꿈, 나의 계획들이 나와 우리에게 고통이 된다.

재물은 악하지 않다. 우리들 대부분은 악한 것을 계획하거나 꿈꾸지 않는다. 나의 꿈을 이루는 것도 악하지 않다. 그런데 선한 계획이라도 그것을 이룬다고 내가 완전해지고 완성되는 게 아니다. 결국 끝내 ‘나’라는 작은 방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나의 꿈과 계획이라는 그 작은 세상 안에서만 살게 된다. 그런 삶이 불행하지는 않지만, 행복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나의 뜻대로 되고, 나의 꿈이 실현되어도 거기엔 세상은 채워주지 못하는 허전함이 있다. 꿈을 완벽하게 다 이뤄도 나는 다 채워지지 않고,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않는다. 완전히 행복하지 않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져야, 그리고 나의 꿈이 그분의 뜻 안에 있어야 비로소 다 채워지고 완전해지고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안다. 구세주이신 예수님이 당신이 하셨던 것처럼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쳐서 쉬려고 하셨지만 멀리서 당신을 따라온 이들을 위해서 당신의 계획을 바꿔 또다시 가르쳐주셨다(마르 6,34). 예수님은 육체적 피로에 짓눌리지 않고 당신의 계획에 갇혀 있지 않으셨다. 사랑은 본성상 갇힐 수 없고 마냥 퍼져나가기만 한다. 거기에 영과 마음을 맡겨 실으면 나는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주님, 저는 제가 아니라 그 사람 안에서 완성됩니다. 주님께서 가르쳐주셨고 당신의 온 삶으로 그것이 참되다고 증언하셨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며 저를 열어 이웃에게 다가갑니다. 그에게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저는 그렇게 ‘나’라는 이 작고 답답한 방에서 탈출할 수는 있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해방과 자유의 길로 인도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