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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나해 2월 21일(사순 제1주일) 신뢰를 배우는 곳(+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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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2월 21일(사순 제1주일) 신뢰를 배우는 곳

 

예수님은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에 다른 죄인들과 함께 세례를 받으셨고, 그 후에 광야로 나가셨다. 성령께서 그분을 광야로 내보내셨다. 거기서 예수님은 사십 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마르 1,12-13).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시기 전에 그들이 사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들이 받는 유혹과 그 갈등과 고통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체험하셨다. 예수님은 사람들 속으로 세상 안으로 정말 깊숙이 들어오셨다.

 

하루도 유혹에 시달리지 않는 날이 없다. 야식에서 성적인 것까지 그것이 유혹인 줄 알면서 시달리고 또 정체를 모르는 유혹에 넘어가기도 한다. 그때는 그것이 선하고 의로운 일이고 심지어 하느님의 뜻이라고까지 확신했는데, 시간이 지난 뒤에 그게 아니었음을 알게 돼서 정말 부끄럽고 죄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 범죄자집단에는 마귀가 별로 없는데 수도원에는 득실거린다고 한다. 하느님을 찾으려고 애쓰는 수도자들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발걸음을 무겁게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니까 유혹 받음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하느님께로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유혹은 더 교묘해지고 거세질 거다. 그것은 새로운 게 아니라 유혹인 줄 몰랐던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식별 자체를 포기해서 유혹이 생길 여지를 주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무책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완전히 내어 맡기고 그분을 무한히 신뢰하는 거다. 예수님이 십자가의 억울한 죽음까지 아버지의 뜻이라고 받아들이셨던 그 신뢰를 배우는 거다.

 

예수님 시대 광야는 무법천지, 죄와 죽음이 내몰리는 곳, 사탄이 사는 곳이었다. 그와 동시에 이집트 노예 생활을 청산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된 땅으로 들어가기 전에 사십 년 동안 단련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당신 백성을 찾아오신 하느님을 신랑에 비유한다면 그 사십 년은 신혼여행과 같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광야는 유혹이 가득한 곳이고, 그래서 오직 하느님께만 신뢰하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예수님은 죄인들이 받는 세례를 같이 받으셨고, 우리들이 매일 매번 경험하는 유혹과 마음의 갈등과 고통, 그리고 생업의 수고와 죽음의 두려움과 고통까지 모두 다 받아 안으셨다. 예수님은 철저하게 우리 중의 하나가 되셨다. 세상 속으로, 우리 안으로 아주 깊숙이 들어오셨다. 우리와 친해지시려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셨다. 그분의 전능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더 낮아질 수 없는 데까지 낮아지신 것이다. 모든 이를 섬기는 종으로 사시고 죄인을 풀어주는 몸값으로 당신 생명을 내어놓으셨다. 이 모든 게 우리가 주님을 신뢰하고 당신의 말씀을 믿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안 하면 사람들은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걸 아셨다. 그래도 믿지 못하면 하느님도 어쩌실 수 없을 것 같다.

 

예수님, 주님을 믿고 따릅니다. 주님이 가신 길은 십자가의 길이니 저도 그 길을 갑니다. 그것은 좋고 의로운 일만 하시고 참된 것만 가르치신 것에 대한 세상의 응답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저의 갈등과 수고가 모두 주님을 따른 대가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그 대신 유혹과 실패도 주님을 따라가는 길에서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언제나 마음을 잘 살펴 복종해야 할 말씀과 무시해야 할 유혹을 잘 구별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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