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3월 1일 기억 버림 인내(+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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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3월 1일 기억 버림 인내

 

어제 돌아오는 길이 많이 막혀 귀가 시간이 평소보다 두 배는 더 걸렸다. 우회하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편도 1차선 도로에서 앞차만 보고 가다서다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앞차가 자신의 앞차와 간격을 크게 두고 있었다. 허리는 아프고 배도 고프니 그 차가 미워졌다. 무리하게 추월했지만 1분도 못 달리고 다시 서야 했다. 잠시 후 미워했던 그 앞차가 내 뒤에 붙었다. 뒤통수가 따갑고 자신이 한심스럽고 부끄러웠다.

 

다닥다닥 붙어가나 널찍하게 떨어져 가나 교통체증이 풀리지 않는 한 도착 시간에는 차이가 없음을 잘 안다. 손에 땀을 쥐며 달려도 10분도 일찍 도착하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도 몸이 피곤하고 마음이 조급해지면 그런 사실과 경험을 잊어버린다. 서두르고 조급해봐야 현실을 바꿀 수 없음을 아직 깨닫지 못한 탓이다. 지식과 깨달음은 같지 않다.

 

주님의 계명이 나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편안하고 좋으면 거룩하고 달콤하게 들리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담스럽거나 아예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주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안정되면 그런 행동을 후회하고 그런 자신이 부끄럽고 싫어진다. 이러기를 반복한다.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우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루카 6,36)고 하셨다. 그런데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 판단하지 않고, 용서하겠다고 뜨겁게 결심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되면 그 결심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도전이었을까? 그래도 다시 결심하고 다시 시작한다. 할 수 없는 걸 하라고 하지 않으셨을 테니까. 이런 나를 용서하시고 잘 못한다고 벌주지 않으실 테니까. 주님의 계명을 따르는 데 묘수 같은 것은 없다. 서두르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급한 마음을 달래며 잠시 멈추어 지식과 분명한 경험 그리고 주님의 계명을 기억하며 인내하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런 자신을 버리고 서두르게 하고 재촉하는 그 명령을 외면하려고 애쓰는 십자가를 짊어진다. 그리고 천천히 한 발 한 발 앞으로 또다시 내딛는다.

 

예수님, 당신을 주님이라고 부른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해야 들어갑니다. 제 머리와 이성 안에 있는 주님의 계명을 제 마음과 영에 새겨 넣겠습니다. 그러면 저 자신을 버릴 수 있고 십자가를 질 힘이 생겨난다고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유혹을 피하고 인내할 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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