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3월 21일(사순 제5주일) 살기 위한 죽음(+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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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3월 21일(사순 제5주일) 살기 위한 죽음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예수님은 죄인인 우리가 하느님과 영원히 사는 존재로 바뀌는 것을 이렇게 설명해주셨다. 자신을 고집하면 그대로 남고 포기하고 하느님 말씀을 따르면 영원히 산다.

 

부활이 시체가 관 뚜껑을 열고 나오는 게 아니듯이 영원한 생명도 여기서 죽지 않고 계속 사는 게 아니다. 시체가 벌떡 일어서는 것만큼이나 여기서 계속 사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부활, 영원한 생명은 새로운 ‘나’로 바뀌는 것이다. 인생은 이를 향한 하나의 길고도 짧은 영적 여정이고 하느님의 집으로 가는 순례다. 그것은 뉘우침과 내적인 발견이고, 버림과 따름의 연속이고, 결심과 변형의 반복이다.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죽음이다. 씨앗은 그 안에 담겨있던 식물로 바뀐다고 알고 있다. 예수님은 밀알이 죽는 거라고 표현하셨는데, 그 처음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니 그도 틀린 말은 아니다. 돌아가신 부모님과 가족 어르신을 위해서 매일 기도하는 것은 그분들이 어떤 형태인지 모르지만 살아 계신다고 믿기 때문이다. 본래 하느님은 인간을 불멸의 존재로 창조하셨고 당신 본성대로 인간을 만드셨다(지혜 2,23). 육체는 자연법칙에 따라 생겨나고 또 사라지게 마련이니, 여기서 말하는 죽음은 그것이 선한 것일지라도 자신의 의지를 포기하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겠다는 지향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지루한 기도 시간을 견디는 것, 불이익과 비난에도 주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 등이 다 그런 것이다.

 

예수님은 수난과 죽음을 피하지 않으셨다. 이 땅에서 생명을 보전하는 것보다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따름이 더 중요했다. 아들의 죽음을 바라는 아버지는 없다. 하느님은 아드님이 그렇게 죽기를 바라신 것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 계시던 곳으로 그분을 이끄셨고 본래 모습으로 바꾸셨다. 우리도 그렇게 되라고 그 영원한 모범을 남겨 놓으셨다. 이제 돌이나 책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그 법을 새겨 넣으셨다(예레 31,33). 예수님을 삶의 모범으로 삼아 사는 이들은 그렇게 바뀐다. 악은 피하고 선을 찾는다. 선행보다는 애덕을, 애덕보다는 하느님이 기뻐하실 일을 찾고 실천한다. 그 법은 성공하는 일곱 가지 습관도, 칭송받는 비법도 아니며, 고통을 피하는 묘책은 더욱 아니다. 내가 하느님처럼 행복하고 영원히 사는 길이다.

 

예수님, 악인들을 물리치거나 비난과 고통을 참고 견디며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건설하기 위해서 주님을 따르는 게 아닙니다. 그것이 제가 만들어진 목적이고 그래야 하느님께서 기뻐하신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고통과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삶의 조건이고, 세상은 본래 그런 것이니,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주님 뒤를 따르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흔들리거나 유혹받을 때에 저를 도와주시어 이 순례를 안전하게 마치게 인도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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