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3월 23일 생명의 하느님(+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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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3월 23일 생명의 하느님

 

올해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 민들레가 꽃을 피웠다. 수도원 건물 외벽과 콘크리트 바닥이 만나는 그사이 양지바른 곳이다.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그 사이에 무슨 틈이 있다고, 콘크리트 바닥 밑에 흙까지 닿으려고 뿌리를 얼마나 길게 뻗었을까? 그러고 보니 수양이며 다른 친구들이 어린잎들을 내기 시작했다. 남반구에 사는 형제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런 계절에 부활절 맞을 준비를 하게 돼서 정말 좋다.

 

그 민들레와 죽은 것 같았던 나무에서 매화꽃이 피고 어린잎이 돋아나는 모습은 자연의 두려울 정도로 강인한 생명력을 알려 준다. 영하 20도를 밑도는 추위를 견디어내고 인간들이 훼방을 놓아도 그들은 또다시 꽃을 피우고 잎을 낸다. 그렇다, 하느님은 살아 계신다. 하느님은 영원히 사신다. 이런 분이 우리가 말 안 듣는다고 벌하고 죽게 하실 리가 없다. 그분은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살리신다. 고해 사제 자리에 마치 어린양 한 마리가 앉아서 나의 고백을 듣고 알아듣지도 못하며 무조건 ‘메에~’하며 사죄경을 해주는 것처럼 하느님은 우리를 무한히 용서하신다. 우리가 죽어도 살려내시는 게 하느님의 일이다. 하느님은 우리를 살려내지 못하시면 괴로워 견디실 수 없을 거다.

 

예수님은 그런 하느님을 세상에 보여주셨다. 예수님은 당신께 청하는 모든 병자를 고쳐주셨다. 바리사이나 율법학자와 논쟁을 벌이거나 제자들을 꾸짖기는 하셨지만, 그것도 그들이 당신을 믿어 살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구약에서는 하느님이 말 안 듣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벌주셨다고 하지만 그건 그들의 해석이다. 중요한 것은 벌이 아니라 뉘우치고 돌아온 그들을 언제나 용서하시고 살려내셨다는 사실이다. 하느님은 모두가 살기를 바라신다. 외아들까지 내어놓아 죽게 하실 정도로 간절히 바라신다.

 

광야에서 마음이 조급해진 이스라엘이 모세에게 불평하고 대들었다. 그런 그들이 불 뱀에 물려 많은 사람이 죽자 모세에게 용서를 청했다. 모세는 하느님의 명대로 구리 뱀을 나무에 달아 놓아 그것을 본 사람은 모두 살아났다(민수 21,9). 살기 위해 그들이 한 일은 고작 그 구리 뱀을 올려다본 것뿐이었다. 예수님은 당신께 청하는 모든 이들을 고쳐주시고 죽은 이들도 살려내셨다. 그분 안에 어둠과 죽음은 없다. 그분 안에 있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대낮이고 모두 살아 있다. 죽어도 죽지 않는다. 우리가 할 일은 그분을 믿고 계속해서 그분께로 돌아오는 것뿐이다.

 

예수님, 주님도 한 사람으로서 우리를 판단하고 심판할 수 있으셨지만, 그것은 아버지 하느님의 뜻이 아님을 아셨습니다(요한 8,21). 하느님은 우리가 살기를 간절히 바라신다고 가르치시고 십자가로 명백한 증거를 남겨놓으셨습니다.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나무에 매단 구리 뱀을 보면 살았듯이 저는 십자가의 주님 안에서 하느님을 봅니다. 그분은 무한한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 저를 살려내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가 영원히 사는 길에서 벗어나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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