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4월 3일(파스카 성야, 부활 대축일) 작은 빛(+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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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4월 3일(파스카 성야, 부활 대축일) 작은 빛

 

한 교우가 문자를 보냈다. ‘선한 영향력 가게’에 등록된 작은 음식점을 찾아갔다고 했다. 거기서 밥을 먹고 조금이지만 기부도 했고, 마음 착한 주인이 만들어서 그런지 음식도 맛있었다고 했다. 그의 문자에는 기쁨이 담겨 있었다. 차가운 액정 화면이 따뜻해지고, 생명 없는 글자들이 기뻐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것들은 기뻐하는 그의 영혼의 모습이었다.

 

요즘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지 잘 알고 있어서 그의 기쁨은 더 크고 진하고 깊었을 거다. 자신도 재정적으로 어렵지만,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밥을 그냥 내어주는 이들이다. 이런 사정을 알고 가게에 밥 먹으러 오기를 주저하는 아이들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이들이다. 이런 운동에 등록한 가게들이 전국 곳곳에 있다. 그리고 그 교우처럼 그런 가게를 일부러 찾아가 가게주인의 착한 마음을 응원하고 적지만 그 일에 손을 보태는 이들도 있다. 아마 이걸 알면 그 교우처럼 할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파스카 성야는 한 밤중에 빛의 예식으로 시작한다. 예수님의 죽음은 제자들에게는 캄캄한 밤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빈 무덤의 소식이 전해졌다. 그 소식을 전한 이들은 몇몇 여인들이었다. 하느님은 구세주 탄생 소식을 들에서 사는 목동들에게 처음 전하고 목격하게 하셨던 것처럼 부활의 소식도 또 작은 이들에게 맡기셨다. 그 당시 여자의 증언은 유효하지 못할 정도로 여자는 작은 이였다. 구원을 위한 신앙은 작은 이들, 마음이 가난한 이들의 것이다. 필요 없거나 남는 것을 주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자신에게도 부족한데도 나눠줄 때는 숙고하고 결정한다. 그런데 그들 중 어떤 이들은 그런 숙고과정 없이 그냥 내어준다. 그들은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셈이다. 작은 빵을 나누어도 똑같은 주님의 몸인 것처럼 부족한 데도 나눠 다른 이들을 먹여 살린다. 그들은 또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부활초의 빛을 나눠주는 이들이다. 코로나로 온 세상이 어두운데 삶의 희망인 작은 빛을 밝히고 인류애가 식지 않게 하는 이들이다. 사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이 그런 줄도 모르고 있을 거다.

 

수의를 벗어버린 주님은 그 즉시 또 갈릴래아로 가셨다. 제자들에게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리로 오라고 전하셨다. 예수님은 며칠 전 하시던 일을 계속하신다. 그전에는 당신이 손수 하셨지만, 이제부터는 제자들의 손과 발 그리고 입이 필요하시게 됐다. 주님은 시끄러운 곳에 계시지 않고, 높은 곳에 계시지 않는다. 그분은 당신 혼자만 계실 수 있는 가난한 마음과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이들 안에 계신다. 그런 마음은 들불처럼 무섭게 퍼지지 않는다. 그 대신 새벽에 동네 집들에 불이 하나둘씩 켜지듯 그렇게 조용히 전해진다. 그 작은 빛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이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 죽음도 하느님의 사랑을 이길 수 없다. 갈릴래아로 가시는 예수님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이제 아무 것도 없다.

 

주님, 주님은 교회를 통해서만 일하신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교회밖에 계신 주님을 찾아오라고 저희를 부르십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희를 부르시는 주님의 목소리를 잘 듣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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