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4월 4일(부활 대축일) 저 높은 곳을 바라보며(+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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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4월 4일(부활 대축일) 저 높은 곳을 바라보며

 

십자가에서 허무하게 돌아가신 예수님은 부활하셨다. 하느님께서 그분을 죽인 이들 가운데서 일으키셔서 사람들에게 나타나게 하셨다(사도 10,40). 한 여인의 몸에서 한 세포로 생을 시작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고, 또한 죽지 않아도 사람이 아니다. 잠에서 깨는 것처럼 예수님이 죽었다 다시 살아나셨다면 그분의 부활은 죽은 척해서 당신을 믿고 따랐던 이들의 가슴만 쓸어내리게 했던 깜짝쇼 같은 것이었을 거다.

 

 

 

예수님은 철저히 한 사람이셨다.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하셨고, 어른이 돼서는 생계를 위해 일하셨다. 때가 되자 그분은 두루 다니시며 좋은 일을 하시고 악마에게 짓눌리는 이들을 모두 고쳐주셨다. 하느님께서 그분과 함께 계셨기 때문이다(사도 10,38). 예수님은 당신이 하는 일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나와 같은 한 사람이면서 오직 하느님만 바라며 여기서 사람들과 함께 사셨다. 그분의 인생은 아주 특별한 무엇인가 그리고 하늘이라고 표현되는 어딘가 분명하게 가리켰다.

 

 

 

성경에는 나오지 않는데 많은 사람이 부활하시자마자 예수님이 처음으로 성모님께 달려가셨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안식일이 끝나자마자 무덤으로 달려간 여인들 가운데 성모님은 계시지 않았다. 황망하게 벌어진 사건이라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을 텐데 어머니로서 염이라도 정성스럽게 해주고 싶으셨을 텐데 말이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는데 그래서였을까? 성모님의 가슴에 묻혀 있는 것은 정말 많았을 거다. 천사와 나눈 대화서부터 시작해서 예수님 출산 후 찾아왔던 낯선 목동들과 성전에서 어린 예수님이 하셨던 말씀까지. 성경에는 없지만, 당신이 이해하지 못할 예수님의 말과 행동은 훨씬 더 많았을 거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에 앞서 요셉 성인은 예수님의 친아버지 아니고 천사의 말대로 그는 하느님이신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성모님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셨을 거다.

 

 

 

예수님의 카리스마 넘치는 행동에 비해 그분은 너무 쉽게 넘겨지시고 돌아가셨다. 마치 그렇게 되려고 기다렸던 사람처럼 순순히 끌려다니셨다. 그렇게 숨을 거두시는 것을 정면에서 지켜봤던 한 백인 대장은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마르 15,39; 루카 23,47).”라고 고백했다. 유다는 자신의 그 큰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 그 백인 대장이 무엇을 봤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고백은 그분은 이 세상에 속한 분이 아니셨다는 뜻으로 들린다. 예수님을 만난 적이 없는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이렇게 권고한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 거기에는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십니다.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이미 죽었고, 여러분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콜로 3,1-3).”

 

 

 

죽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하느님은 생명의 주인이시고 그분은 인간을 당신처럼 불멸의 존재로 빚어 만드셨다(지혜 2,23). 부활 성야 예식 중 가장 지루한 부분이 말씀의 전례이기는 하지만 하느님은 이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시고 구원하신다는 말씀을 그렇게 듣는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세상 끝나는 날까지 하느님은 우리를 구원하신다. 주님은 우리에게 당신 부활을 이해해보라고 요구하지 않으신다. 매번 그러셨던 것처럼 그저 믿기만 하라고 하신다. 성모님이 지나셨던 믿음의 어두운 밤이 우리 믿음의 모범이다. ‘사랑하는 이여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 강 건너편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줬던 이의 모습으로 주님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신다고 믿는다. 그 모습이 부모나 배우자가 아니고 성모님이면, 성모님이 아니고 예수님이면 가장 좋을 거다.

 

 

 

예수님, 주님이 어떻게 사셨는지 기억하고 묵상하고 되새깁니다, 매일 매일. 그러지 않으면 죄스러운 육체가 이 땅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저를 끌어당기기 때문입니다. 주님 부활의 은총으로 언제나 주님 계신 곳을 바라보며 살게 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가 입고 있는 검게 보일 정도로 짙푸른 겉옷이 제가 어떻게 기도하고 어떻게 주님을 따라야 하는지 가르쳐줍니다. 저를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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