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4월 13일 하느님 손길의 흔적(+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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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4월 13일 하느님 손길의 흔적

 

비 오는 저녁 산책길에 바위틈에 핀 금낭화를 만났다. 반갑게 눈인사를 했다. 그리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20여 년 전 이곳에서 그 꽃을 처음 만났을 때 너무 예뻐서 마치 금덩어리라도 주운 듯 놀라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그때는 이름도 몰라 이 책 저 책 찾아보고 그 꽃 이름이 금낭화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여전히 예쁘고 반갑지만, 그때처럼 그 꽃의 아름다움에 모든 생각과 상념이 날아가지는 않는다.

 

산 이곳저곳에 야생화들이 피었다. 그 친구들은 대부분 소박하고 수줍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것이 꽃인 줄 모르게 숨어 있고 산과 참 잘 어울려 말 그대로 자연스럽다. 태초에 하느님이 만드신 모든 피조물이 그랬을 거다. 사람도 그런 그들 중 하나였다. 야생화를 보고 감격하고, 새끼 고양이의 재롱에 응답하고,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보고 눈물 흘리고, 엄마 품에 안겨있는 아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사람들의 선행과 의로운 행동에 깊은 감동을 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때, 그런 때 하느님이 처음에 계획하셨던 바로 그 사람을 만난다. 하느님이 나를 빚어 만드셨다는 증거이고, 남아있는 그 손길의 흔적이다.

 

그 모습을 초대교회 교우들은 회복시켰다. 그들은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해서 그들 중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사도 4,32-34). 부활하신 주님을 믿는 이들이 받았던 은총의 능력으로 이룬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을 보면 그 사람의 모습을 회복해서 초대교회 교우들처럼 살고자 하는 꿈은 그저 이상이고 헛된 꿈처럼 보인다. 오직 힘만이 최고고 그것이 다스리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주 슬프다.

 

예수님은 깊은 연민으로 모든 병자를 고쳐주시고 죄를 묻지 않고 용서하셨다. 세상 권력에 의해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지만 부활하셨다. 나는 예수님이 구세주 그리스도라고 믿는다. 주님은 돌아가시고 묻히셨지만 부활하셔서 지금 여기에 나와 함께 계시고 우리와 함께 생활하신다. 그분을 믿으니 초대교회 교우들처럼 아름답게 살 능력을 준다. 야생화를 만나 감격하고 의인들의 선행과 희생에 죄책감을 느끼니 내 안에는 하느님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 나도 야생화처럼 소박하게 아름다울 수 있고 예수님처럼 사랑과 자비를 베풀 수 있다.

 

주님,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불고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제가 아는 것은 지금 여기서 그 바람을 맞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저의 결심과 실천이 어떻게 하느님의 꿈과 하나가 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땅의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하늘의 것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냥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뜻대로 살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힘이 빠지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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