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나해 4월 24일 주님의 영(+MP3)

나해 4월 24일 주님의 영

똑같은 언어로 똑같은 예수님을 이야기하는 데 어떤 글은 마음에 무엇인가 와 닿고 어떤 것은 지루하다. 또 들을 때는 즐거웠는데 그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설교가 있고, 마음을 콕콕 찌르거나 열정이 타오르게 하고 또는 큰 감동은 없었지만, 마음 안에 무엇인가 남겨 놓는 설교가 있다. 같은 언어인데 이렇게 다른 이유는 그 사람 안에서 주님의 영이 활동하시거나 그렇지 않기 때문일 거다.

당신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많은 제자가 주님을 떠났다. 그때 예수님은 열두 제자에게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고 물으셨고, 베드로는 멋진 대답을 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68).” 예수님의 말씀 안에는 영원한 생명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분의 말씀을 매일 듣고, 외우고, 간직한다. 그 말씀이 내 안에 남아있고 내가 그분 안에 남아 있으려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그분의 말씀은 마지막 날까지 남아 있다. 인간은 영적인 동물이다. 이 육체 안 어딘가에 영이 있다. 영은 생명을 준다. 그러나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 주님의 말씀이 영이며 생명이다(요한 6,63). 내 안에 주님의 말씀이 머무르면 나는 주님과 함께 영원히 산다. 죽었다가 깨어나 다른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부터 하느님과 함께 산다.

지금 여기서 주님과 함께 사는 길은 그분 말씀을 기억하고 마음에 간직하는 것뿐이다. 그 전처럼 다시 사람이 되어 오시거나 환시 중에 또는 기도 중에 만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다. 다시 오시는 날은 세상 마지막 날이고, 다른 방법으로 주님을 뵙는 건 도움은커녕 방해만 된다. 나는 믿음으로 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은 단 한 가지, 그분의 말씀을 듣고 묵상하고 마음속 깊이 간직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님 말씀이 나의 말과 생각과 행동을 다스리신다. 그 이외의 바람은 다 쓸모없다. 다 사라질 테니까.

주님, 그렇게 멋지게 대답했던 베드로도 주님의 십자가 죽음을 보고는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럴 일은 없습니다. 부활하셨다는 것을 들어 알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저를 영원히 살게 하는 말씀을 하시는데 제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느님의 아드님을 잉태하셨던 그 믿음이 제 안에 자라게 도와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