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5월 25일 제사(+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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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5월 25일 제사

 

청년 시절 본당에서 새 제대를 축복하는 예절에 참석했다. 그때 2층에 있어서 전례를 한눈에 다 볼 수 있었다. 사제가 제대에 향을 치는데 향 연기가 천장을 뚫고 나갈 것처럼 빠르게 곧장 위로 올라갔다. 아마 아주 잘 달구어진 숯에 향을 듬뿍 넣었던 것 같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신비롭게 보였다. 제대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고, 향 연기는 구름, 안개처럼 하느님의 신비로운 현존을 상징한다. 예수님은 참 사제요, 제대이며 또한 하느님께 합당하게 바칠 수 있는 유일하고 진정한 제물이다. 하느님은 아벨이 바치는 제물을 기쁘게 받으셨고(창세 4,4), 물이 빠진 뒤에 노아가 바치는 번제물의 향내를 맡으시고 다시는 인간의 죄 때문에 땅을 파멸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하셨다(창세 8,21). 예수님의 희생 제사는 인류의 죄를 없애고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드렸다.

 

인간은 종교적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기도하고 제물을 바치는 이들이 있고, 동물이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처럼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며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기도와 제사는 하느님과 하는 거래가 아니다. 바친 만큼 얻는 게 아니다. 그것은 창조주 앞에 피조물이 갖추는 합당한 마음과 태도다. 예수님이 그 모범을 보여주셨고 그리스도인들은 그것을 따른다.

 

한 교우가 담배를 끊기로 했다. 그런데 의지만으로는 잘 안 되어서 담뱃값을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쓰기로 마음먹으니 그게 되더란다. 그는 담배 한 대의 유혹을 느낄 때마다 가난한 이웃을 떠올리고 동시에 기뻐하시는 하느님을 만난다. 그렇게 그는 하느님께 제사를 바친다. 우리는 영과 진리 안에서 그리고 예수님을 통해서 하느님께 진정한 예배를 드린다(요한 4,23). 우주 만물이 그리고 나도 하느님의 것이니 사실 하느님께 바칠 게 없다. 굳이 말한다면 나의 제사는 하느님께 되돌려드림이다. 그런데도 뭔가 드리고 싶으니 나의 마음을 드린다. 의지를 드리고 사랑을 드린다. 그래서 하느님이 기쁘시기를 바란다. 이것이 하느님께 드리는 진정한 제사이고 그분께 바치는 살아 있는 제물이다(로마 12,1).

 

예수님, 참 사제 그리고 진정한 제물은 주님뿐입니다. 주님 덕분에 저도 아버지 하느님께 뭔가 드릴 수 있게 돼서 감사합니다. 다른 손이 모르게 드리고, 드린 줄도 모르고 드리게 되는 날 저는 완전히 하느님의 것이 될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의 삶이 하느님께 바치는 합당한 제사, 향기로운 제물이 되게 도와주시고 인도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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