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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나해 8월 1일(연중 18주일,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대축일) 나약한 인간(+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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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8월 1일(연중 18주일,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대축일) 나약한 인간

 

갑작스러운 부고에 문상을 다녀왔다. 상주인 그는 나를 보자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아마 문상객을 맞으며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온 것 같다. 수십 번 얘기했을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생생하게 전해줬다. 사람은 참 나약한 존재다. 이렇게 세상을 떠날 수 있고, 굵은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엎드린 그는 마치 그의 삶이 다 무너져버린 것처럼 보였다. 사람은 참 부서지기 쉬운 존재다. 이 여름 땡볕에 내놓은 진흙 인형처럼 언제든지 부서질 수 있는 존재다.

하느님은 이 진흙 인형에 당신 숨을 불어넣으셔서 살아 움직이게 하셨으니, 당신이 숨을 거두어가시면 우리는 바로 무너지고 부서진다. 사랑이신 하느님은 이 나약한 인간을 구원하지 않으실 수 없었을 거다. 튼튼한 동아줄을 내려 하늘로 끌어 올리신 게 아니라 그분은 스스로 이 나약한 인간이 되셨다. 이 연약한 본성을 지니고 이 땅에서 사는 시간을 모두 경험하셨다. 출생과 죽음, 굶주림과 두려움, 분노와 연민, 죄의 유혹과 그 죄로 망가진 인간의 비참한 모습, 의인의 무고한 형벌과 죽음을 보고 괴로워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고통스러운 눈물까지 모든 것을 다 보고 몸소 겪으셨다. 하느님은 우리의 이 딱한 처지를 아주 잘 아신다. 어떻게 하지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과 죄스러움 그리고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수고하는 우리들을 모두 부르신다. 당신이 편하게 해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 28).”

오늘은 위대한 창립자, 사랑하고 존경하는 성인 그러면서도 껄끄럽고 부담스러운 분,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성인 축일이다. 성인은 귀족 집안의 장남으로 당대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성실한 변호사로 일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패소를 하며 법정을 떠났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뇌물로 이미 그 재판의 판결이 나 있었음을 알고 가장 정의로워야 할 법정마저 부정해지는 걸 몸소 경험한 성인은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오지 않겠노라고 선언했다. 그 후 늘 봉사하던 병원에서 불치병 환자들을 돌보았다. 특히 성병으로 죽어가는 이들의 환부에 약을 발라주었다고 한다. 그는 거기서 사제가 되기로 결심하고 귀족의 지위를 상징하는 칼마저 성모님께 봉헌했다. 늦은 성소로 사제가 돼서 사목하던 중 시골 지역에서 가난한 목동들을 만나 그들의 척박한 현실을 보고 수도회를 창립했다. 성인은 부정하고 비참한 인간의 현실을 마주한 자리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신의 죄로 벌을 받는 인간이 아니라 그렇게 나약한 인간을 사랑하고 구원하시는 하느님을 만났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 완전한 사람,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새로운 사람이 예수님이시다. 그분은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으면서도 듣지 못하고, 결심해도 잘 지키지 못하고, 후회할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참으로 나약한 인간이 되셨다. 그분은 그 인간으로 십자가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기까지 하느님의 뜻에 충실하시며 그 낡은 인간을 없애셨다. 그리고 새 인간, 완전한 인간의 모범이 되셨다. 그러니 우리는 “지난날의 생활 방식에 젖어 사람을 속이는 욕망으로 멸망해 가는 옛 인간을 벗어 버리고, (우리의) 영과 마음이 새로워져,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어야 한다(에페 4, 22-24).” 예수님은 우리의 나약한 본성을 아주 잘 아신다. 우리가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명백하게 당신의 뜻을 거스른 것이 아니라면 우리 모든 죄를 항상 용서하신다. 우리가 나약해서 그런 줄 잘 아시기 때문이다. 그분이 이런 분인 줄 알면서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거니와 참으로 어리석은 것이다.

예수님, 당신의 충실한 종이자 친한 친구였던 알폰소 성인을 기억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옳은 말만 해서 껄끄럽고 모든 재능을 복음을 위해 다 쏟아부어서 그를 따라 하려니 참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의 성소가 저에게는 저의 성소가 있다고 믿습니다. 당신이 숨을 거두어 가시는 그 시간까지 저의 성소대로 충실이 일하게 은총을 내려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성인이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을 정도로 성모님을 사랑했던 것은 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아드님을 가까이서 따를 수 없음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성인을 도와주셨던 것보다 더 많이 저를 도와주셔야 합니다.

알폰소 성인이여, 당신의 후배 형제들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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