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8월 10일(성 라우렌시오 축일) 생명의 두드림(+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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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8월 10일(성 라우렌시오 축일) 생명의 두드림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요한 12, 25).” 다른 공관복음서도 약간 다르지만 같은 내용의 말씀을 전한다(마태 16, 25; 마르 8, 35; 루카 9, 24). 한 마디로 죽어야 산다는 뜻이다. 예수님은 이 역설을 밀알의 비유로 설명하셨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 24).”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 그렇지 씨앗이 자라 열매를 맺는 과정은 정말 신비롭다. 그 작은 것에 어떻게 이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었을까. 예수님은 씨앗이 패고 줄기와 잎이 나오는 과정을 씨앗이 죽는다고 표현하셨다. 아마 처음 씨앗의 형태가 없어지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그 안에 담겨 있는 모든 것들이 만들어지려면 처음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예수님은 회개하라고, 마음을 바꾸어 먹으라고 선포하셨다. 왜냐하면 하늘나라가 아주 가까이에, 지금 바로 내 옆에 있기 때문이다. 식물과 곤충은 그 태를 바꾸며 성장한다. 사람도 아이일 때는 아이의 말을 하고 어른이 되면 어른의 말을 한다. 그런데 마음은 바뀌지 않는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은 견고한 성 같아서 무너지지 않는다. 그 안에서 답답하고 불안해하면서도 그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남을 위해서 헌신하시며 사셨다. 하늘나라에서는 지금 우리가 소유하고 가지려고 하고 이루려고 하는 것들이 다 필요 없음을 몸소 보여주셨다. 아니 그분은 벌써 거기서 살고 계셨다. 복음은 참 큰 도전이고 모험이다.

씨앗은 환경과 조건이 갖춰져야 발아한다. 세례성사의 은총과 복음은 가난한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를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모든 사람은 연민을 지녔지만 모든 사람이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다. 예수님은 가장 작은 이들과 함께 사시면서 내 안의 연민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이끄신다. 그래서 라우렌시오 성인의 말처럼 가난한 이들은 교회의 보물이다.

예수님을 섬기는 사람은 그분께 제물을 바치는 대신 그분을 따라 그분처럼 산다. 예수님은 세상에 사신 첫 하늘나라 시민이셨다. 아프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문을 두드리면 언제나 즉시 문이 열리고 그분의 능력이 쏟아져 나왔다. 하늘나라는 그런 곳이다. 그곳에서는 하느님이 다스리시니 법과 제도가 필요 없고, 시집가고 장가가는 일도 없고, 모든 것이 넉넉하고, 모두가 온전하다. 그런데 보물이 담겨 있는 곳간 문은 그냥 열리지 않고 누군가 두드려야 열린다. 그가 가난한 이들, 도움이 필요한 내 옆에 있는 사람이다.

예수님,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가난한 이들과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언제나 제 곁에 있습니다. 여기서 안 돕는 사람이 저기서는 도울 것 같지 않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두드림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이 성벽을 무너뜨려주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실제로 아드님을 따르고 섬기게 지혜를 전해주시고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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