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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나해 9월 27일(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 성공지향 유전자(+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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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9월 27일(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 성공지향 유전자

제자들은 그들 중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말다툼을 했다. 스승이신 예수님은 바로 직전에 두 번째로 당신의 수난과 죽음 예고를 하셨는데 말이다. 그들이 왜 예수님의 수난예고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 뜻을 묻는 것조차 두려워했는지 알만하다(루카 9, 44-46).

우리 중 그런 제자들을 한심스럽다고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들이 곧 우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비난받아 마땅한 것은 아니다. 본성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데다가 위로 올라가는 것만 배웠으니 예수님이 이상한 사람이다. 그분 설교의 뜻은 우리에게 가려져 있고 그분의 선택과 행동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 하느님이 내려와 사람이 되셨고, 죄인을 살리시려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거다.

그런 제자들, 높은 사람이 되려고 다투는 이들에게 예수님은 어린이처럼 낮아지고 작아지라고 하셨다. 그들 가운데서 가장 작은 사람이 가장 큰 사람이라고 하셨다(루카 9, 8). 여기서 어린이는 맑고 순수해서 사랑받는 존재가 아니라 너무 작아서 사람 숫자에도 들지 않는 존재다. 높아져서 명성을 얻어야 행복하다고 배운 우리에게 예수님의 주문은 정말 어려운 숙제고 큰 도전이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수난예고를 이해하지 못하고, 똑똑한 유다가 왜 스승을 떠났는지 이해할만하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부터 성공이 곧 행복이고, 위로 올라가고 인정받고 힘을 지녀야 성공한다고 배웠다. 우리 몸 안에는 성공지향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아래로 내려가고 낮아지고 작아지는 것은 아주 특별한 계기가 아니면 배울 기회가 없거니와, 배웠다고 해도 노력하지 않으면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유전자 때문인지 예수님을 따르는 게 늘 흐르는 물을 거슬러 가는 느낌이다. 어쩌면 스스로 낮추는 것도 높아지는 또 다른 길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까지 끝까지 낮아지셨고, 하느님은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다(필리 2, 9). 자신은 물론이고 세상 사람들도 아닌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느님이 낮아지고 작아진 이들을 높여주신다.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은 모두가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중에 홀로 조용히 아래로 내려가는 이를 눈여겨보신다. 사실 그렇게 밟고 올라선 곳에는 아 것도 없다는 것을 들어서 아는데도 그런다. 정말 그런 몹쓸 유전자가 심어졌나 보다.

예수님, 낮아지고 작아지면 세상에서 사라질까봐 두려운가 봅니다. 큰 나무들 밑 여기저기 피어 있는 작은 꽃들이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데도 그러는 걸 보면 높아지려고 하는 바람은 죽는 날까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 말씀을 더 잘 알아듣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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