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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나해 9월 28일 칼집의 칼(+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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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9월 28일 칼집의 칼

얼마 전 고양이 밥을 주는 데 그중 한 녀석이 못되게 굴었다.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 녀석 얼굴에 물을 확 끼얹었다. 당황했는지 그 녀석은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당황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수십 년 만에 다시 본 나의 폭력성이었다. 고3 때 운동을 방해하는 후배에게 손찌검한 이후 처음이었던 것 같다. 사람을 때린 것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후에 그 후배와 마주치게 될까봐 불안했다. 폭력은 가해자에게도 상처를 입힌다.

사마리아 사람들이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자 야고보와 요한은 하늘에서 불을 불러내려 그들을 불살라버리겠다고 했다. 이는 아마 엘리야 예언자 이야기가 생각나서 한 말이었을 거다. 엘리야는 하늘에서 불을 불러내려 적대자들을 없애버린 적이 있다(1열왕 18, 38; 2열왕 1, 10). 글만 읽으면 구약의 하느님은 매우 폭력적이다. 그런데 조금 깊이 생각하면 하느님의 길을 막는 것들은 하느님이 직접 치우시고, 그 적대자들은 사람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악한 마음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 하느님을 따른다면 우리는 싸우지 말라는 뜻이다.

예고된 대로 사람들은 예수님을 폭력적으로 대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은 하느님이 인간의 폭력성을 대하시는 방식의 결정적인 표지다. 예수님 체포 현장에서 칼을 휘두른 베드로에게 “그 칼을 칼집에 꽂아라.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신 이 잔을 내가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 (요한 18, 10)” 하고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뜻은 악인들을 처단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악에서 구하는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정당방위를 제외한 모든 폭력을 거부한다. 세례를 받고 그렇게 결심한다고 죄로 기울어지는 경향과 폭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칼을 칼집에 꽂으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살면서 그 칼을 뽑아 휘두르고 싶을 때가 왜 없겠나. 그래도 참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합당한 응징이라고 해도 우리는 폭력성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건 국법으로도 금하고 있는 건데 하느님 법을 따르는 우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인간의 이해와 의지로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거다. 주님의 은총으로 한다. 예수님은 끝까지 인내하시고 아버지를 신뢰하셨다. 하느님은 있는 힘을 다해 주님의 계명을 지키려는 우리를 대신해서 당신의 방식으로 복수해주시고 원수를 갚아주실 것이다.

예수님, 모든 폭력을 거부합니다.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언어적인 것도 그렇고 거기에 나쁜 마음도 품지 않습니다. 그런 마음이 일면 옷에 튄 불똥을 쳐내듯 그것을 버립니다. 범죄를 저지른 이를 사랑하기는 어려워도 그를 저주하지 않고 그가 돌아서기를 기도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 거룩한 결심을 실천할 수 있게 십자가의 주님을 더 사랑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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