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10월 26일 바람에 맡기기(+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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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10월 26일 바람에 맡기기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겨자씨와 누룩에 비유하셨다. 과학이 발달한 지금도 어두운 흙 속에서 씨앗이 발아되고 성장하는 과정은 신비롭다. 지금은 어떻게 그렇게 되는 줄 안다. 하지만 안다고 해도 흙 속에 있는 씨앗을 잘라 그 안에서 줄기를 뽑고 잎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밀가루 반죽을 부풀리는 누룩의 작용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조건과 환경만 맞으면 자연은 어김없이 그렇게 된다. 하느님 나라도 그렇게 자라고 완성된다는 뜻이다. 믿음을 버리지 않고 주님의 계명을 지키는 게 하느님 나라의 성장과 완성의 조건이다. 그것이 어떻게 자라는지는 모른다. 복음을 본격적으로 전하시기 전까지 예수님이 어떻게 사셨는지 모른다. 하늘에서 왕자의 모습으로 땅으로 내려오지 않으셨으니 예수님에게는 구세주의 활동을 하시기 위해 그 시간이 꼭 필요했다.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셨다.

믿음도 성장한다. 개인의 믿음은 물론이고 공동체적인 믿음도 그렇다. 요즘 교회 안에서 공동합의성이라고 번역되는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언뜻 들으면 교회가 공산당 같고 폭력적으로 하나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하느님은 한 분이시고 그분의 뜻도 하나이니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도 거기에 맞춰 하나 됨이 마땅하다.

하나 됨은 분명 감동과 기쁨이고 구원이지만 그 길은 정말 험난하다. 너무 어려워서 그게 과연 가능한 건지 그리고 정말 하느님의 뜻일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조금 의심하는 사람과 많이 의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하고 토론한다. 그 안에는 솔깃한 말도 있겠지만 거슬리고 말도 안 되는 소리도 있을 거다. 서로 인내하며 하느님의 뜻을 찾는다. 우리 모두 그 과정에 참여하며 함께 그 길을 걸어간다. 이는 우리가 모두 회개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믿음은 더 깊어지고 굳건해지고 순수해진다. 내 안에 그리고 우리 안에 하느님 나라는 그렇게 자란다.

예수님, 주님의 영은 바람 같아서 저희를 어디로 데려가시는지 모릅니다. 그곳이 어디든 가는 길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주님께서 그러셨듯이 저희도 그 바람을 따라 그리고 낙엽처럼 그 바람을 타고 가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고집스럽고 불안해하는 마음을 위로해주시고 하느님을 신뢰하는 법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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