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11월 5일 더 변방으로(+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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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11월 5일 더 변방으로

‘법꾸라지’라는 말이 있다. 현행법과 제도를 잘 알아 그 허점을 이용해서 합법적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처벌을 요리조리 피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그들의 행태를 보면 정말 약 오르지만, 이제는 내가 그렇게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행법과 제도의 부족한 점이나 약점을 잘 이용해서 하느님 기뻐하실 일을 하는 것이다.

세속화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그 안에는 보편복지와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법과 제도가 하느님을 잊어버릴 정도로 너무 인간 중심적이거나 물질적이지 않게 깨어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병원, 학교, 고아원, 양로원 등은 그리스도교가 운영하는 특별한 시설들이었지만 지금은 세상이 그걸 다 맡아 하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긴다. 좋은 세속화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완전하지 않고 충분히 유연하지 못해서 세상 후미진 모든 곳을 다 비추지 못한다. 국가도 그런 약점을 개선하겠다고는 하지만 매우 더디다. 마음 아픈 일이 실제로 벌어져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큰 몫은 사회에게 맡기고 교회의 선교사들은 작은 이들 중에도 더 작은 이들을 찾아나서야 할 때인 것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안락한 곳을 떠나 변방으로 나가자고 계속 초대하신다.

오늘 복음에서 집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했다. 자신이 쫓겨나 직장을 잃어도 먹고 살기 위해서 영리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루카 16 ,8). 이 이야기는 보통 하늘나라에서는 전혀 필요 없는 세상 재물들을 잘 이용해서 나중에 하늘나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그 집사는 나중에 살기 위해서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고 주인의 재물을 불의하게 이용했다. 오늘날 세상에서 우리는 이런 식의 ‘법꾸라지’가 될 수 없다. 빛의 자녀들은 좀 미련한 구석이 있고 세상일에 굼뜨기는 하지만 정직하고 양심적으로 일한다. 진리의 영을 받았고 그를 따르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의 약점을 악용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보완하고 보충하고 확대적용하게 한다. 내 아이도 돌보기 힘들지만 남의 아이도 하느님의 자녀이고 그들을 돌보는 것을 하느님이 기뻐하시니 그렇게 한다. 성인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은 성인들의 생각이 보편화된 것들이 많다. 사실 예수님과 순교자는 그 당시 범법자들이었다. 그들은 하느님을 위해서 예수님을 죽이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식으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은 오직 예수님만 아셨을 거다. 성모님도 그건 모르셨을 거다. 죄인을 구원하려고 죽는 하느님은 사실 지금도 여전히 알아듣기 힘들고 믿기 어렵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법과 제도가 부족하거나 없어서 어둠 속에서 지내는 이웃과 다른 피조물을 위해 빛의 자녀들이 움직인다. 현행법과 제도를 하느님의 법에 맞게 적용한다. 주님께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우리를 보내신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야 한다(마태 10, 16). 법률가도 사회활동가도 아니지만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필리 4, 13).”

예수님, 주님의 지독한 하느님 사랑이 저희를 구원했습니다. 그 사랑의 영이 이제 저희를 변방 후미진 곳으로 이끌어 가십니다. 거기서 주님을 뵙고 사랑을 나누자고 하십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과 손을 맞잡고 계시니 그분의 지혜와 용기의 영을 저희 선교사에게 전달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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