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19일 고맙고 미안한 쓰레기통

이종훈

6월 19일 고맙고 미안한 쓰레기통

 

그것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더라도 비난욕설을 들으면 마음이 언짢아진다칭찬보다는 비난이장점보다는 단점을 찾는 것이 더 쉽다그것은 일종의 열등감에서 비롯하거나 자신이 칭찬인정사랑받고 싶기 때문일 것 같다칭찬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누군가 나의 마음을 읽어 공감해주고 말 뿐이라도 위로만 해주어도 거친 마음은 금세 누그러지고 부드러워질 것 같다그러면 옆 사람을 언짢게 해 하는 거친 말을 뱉어내지 않을 것이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그렇게 생긴 상처들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간다마치 방의 쓰리기통을 비우지 못해 뚜껑이 잘 닫히지 않는 것처럼정화조가 다 차서 악취가 풍기를 것처럼 그것들은 우리를 괴롭힌다그럴 때 해야 할 일은 한 가지뿐이다쓰레기통을 비우고 정화조 청소차를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내 안에 쌓인 정서적 쓰레기들을 내다 버릴만한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한다그러다보니 비방과 욕설로 본의 아니게 옆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힌다미안하지만 그렇게 되어 버리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이 세상에서 어느 누가 나를 위해서 언제나 비워둔 큰 쓰레기통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겠는가부르기만 하면 그 즉시 달려와 냄새나는 정화조를 치워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연인은 물론이고 부모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그들도 나와 같은 처지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속옷까지 다 내어 주신 분이다(요한 19,23; 마태 5,40). 당신을 완전히 비우신 분이다그것이 하느님의 뜻이었다우리를 위해 언제나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쓰레기통이 되어주셨다그분은 오늘도 성찬례 안에서 당신을 비우시고 봉헌하신다우리를 위해 깨끗한 쓰레기통이 되어주시기 위해참으로 고맙고 또 한없이 죄송하다아무리 친구라지만 이건 도리가 아니다그래도 어쩌겠는가다른 방도가 없는걸.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말(마태 5,42)”라고 가르치셨으니 언제나 마지막 날까지 그렇게 해주실 것이다.

 

사랑하는 저의 친구 예수님,

참으로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하고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일상에서 상처받은 저를 위로해주고 치유해줄

다른 친구를 여기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다가 더 많은 상처를 받아 안아 쓰레기만 더 쌓입니다.

 

예수님은 괜찮다고 하시겠지만

매 번 그러는 건 도리가 아닙니다.

하지만다른 방법을 찾지 못합니다.

만일 다른 방법을 찾게 되면 예수님을 만날 일도 없겠지요?

그렇다면 죄송하고 염치없어도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늘도 고맙고 죄송해하며 성찬례를 봉헌하며

저의 쓰레기들을 쏟아 버리고 밥도 얻어먹습니다.

고맙습니다죄송합니다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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