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8월 1일 성 알폰소 리구오리, 착한 목자

이종훈

8월 1일 성 알폰소 리구오리, 착한 목자

 

아브라함, 모세, 엘리야, 예수님. 성경에 등장하는 하느님과 매우 친했던 사람들이다. 이 분들은 하느님과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주님께서는 마치 사람이 자기 친구에게 말하듯, 모세와 얼굴을 마주하여 말씀하시곤 하였다(탈출 33,11).” 구약에서는 하느님의 얼굴을 보면 죽는다고 할 만큼 하느님은 어렵고 두려운 존재였지만, 아브라함과 모세에게는 그분과 흥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분이셨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아버지, 아빠라고 다정하게 부르실 정도로 친밀하셨고, 실제로 두 분은 부자관계였다. 하느님은 사람을 사랑하신다. 하느님이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고, 먼저 말씀을 건네 오신다. 그 말씀을 친구와 대화를 나누듯 친근하게 받아들였던 이들이 그 사랑을 우리에게도 전해주었다. 그 이후로 많은 성인들이 하느님과의 이 친밀함을 이어 받았다. 구속주회의 창립자, 알폰소 리구오리 성인도 그 대표적인 예이다.

 

알폰소 성인은 사제가 되고, 수도회를 창립하고, 주교가 되기도 했지만 다른 성인들처럼 그도 처음부터 그럴 마음은 아니었다. 귀족 집안의 맏아들로 당대 최고의 교육을 받고 그 시대 가장 좋은 직업군에 속하는 변호사로서 한 마디로 ‘잘 나가는’ 청년이었다. 그렇다고 이런 사실이 그가 세속적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직업상의 업무를 성실하고, 공정하게 수행했고 쉬는 날에는 병원에서 불치병 환자들을 돌보는 봉사활동도 했다. 그는 훌륭한 그리스도인이었다. 성인이 그렇게 살아갔던 근본 이유는 어머니께 물려받은 신앙이었다. 하느님을 사랑하듯, 자신이 직업상 그리고 봉사활동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했다. 그래서 온 마음을 다해, 온 힘을 다해 성실하게 의뢰인들을 변호했고 또 환자들을 돌보았다. 

 

그러나 세상은 그 성실한 청년을 좋게만 보지 않았다. 탐욕과 부패로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송에서 패소한다. 그는 완벽하게 준비했지만, 그 소송은 이미 그의 의뢰인이 패소하게 정해졌었다. 그는 그것을 전혀 몰랐고 그런 일이 신성한 법정에서도 일어날 줄은 상상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크게 실망하고 법복을 벗었다. 그렇게 방황하는 사이 늘 해오던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이어가던 도중, 그는 하느님의 또 다른 친근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귀족신분도 포기하며 세상을 떠났고 사제가 되었다. 변호사로서 성실하게 일했던 것처럼 사제가 돼서도 똑같이 사목했다. 그러던 중 소외된 가난한 이웃들을 만나고 거기서 또 다른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수도회를 창립하게 되었다. 그 수도회의 이름이 구속주회이다. 구속주는 곧 예수님이다. 사람이 되셔서 그들과 함께 사셨고 그들, 특히 가장 작은이들을 사랑하셨던 하느님의 아들이셨다. 성인은 이 예수님을 사랑했다. 다른 성인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성인은 특히 가장 작은이들을 사랑하셨던 예수님을 사랑했다. 그가 세상에 있을 때 병원에서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이들, 전염될까봐 병실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을 돌보던 그 청년 알폰소와 함께 일하셨던 바로 그 분이셨다. 

 

성인은 천재였다. 거기에 최고의 교육을 받았으니 그가 지닌 재능이 얼마나 많고 대단했겠는가? 그는 그 재능을 가장 작은이들을 위해 남김없이 쏟아 부었다. 글을 모르는 이들에게 하느님을 알게 하려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작곡했으며, 수도회 식구들을 위해 수도원 건물을 디자인했다. 가장 쉬운 말로 교리를 가르치며 예수님의 마음을 전했다. 마치 예수님이 청중들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셨던 것과 같다. 성인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성인이 천재였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하느님을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많이 사랑했기 때문에 하느님을 잘 알 수 있었고, 그래서 글도 모르는 이들에게 쉽게 설명해줄 수 있었다. 그렇게 성인이 선교활동에 투신했던 목적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사랑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하느님은 무섭고 벌주는 분이 아니라 우리가 받아야 할 벌을 대신 받아주시기까지 하시는 참으로 좋으신 분임을 알려서 사람들이 그분을 좋아하고 사랑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성인에게 하느님은 그런 분이셨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람들을 사랑한다. 특히 가장 작은이들에게 깊은 연민으로 친밀하게 다가간다, 구속주이신 예수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그렇게 예수님이 하느님을 세상에 보여주셨듯이, 그런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알아들은 알폰소 성인도 그렇게 사람들을 사랑했고, 그들이 하느님을 사랑해서 구원받게 했다. 알폰소 성인은 영혼을 사랑하고 돌보았으며 그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착한 목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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