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우리 하느님(연중 22주일, 9월 3일)

이종훈

 

우리 하느님(연중 22주일, 9월 3)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신은 이런 존재인 것 같습니다우선 보이지 않고전지전능한 존재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고선행에는 상을 악행에는 벌을 주지만 대체로 상보다는 벌을 더 많이 주는 두려운 존재이며당신의 백성들을 잘 돌보아달라고 일정하게 제물을 바쳐야 하는 존재입니다한 마디로 절대적인 권력을 지닌 임금의 모습입니다예수님을 통해서 알게 된 아버지 하느님우리 하느님도 이런 모습들을 지니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다릅니다일반적인 신의 개념과 우리 하느님 사이의 극명한 차이는 지배와 섬김 그리고 폭력과 사랑입니다우리 하느님은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스스로 종이 되어 우리를 섬기는 분이십니다.

 

베드로 사도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을 알아보았고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라고 위대한 고백을 하였습니다그는 스승의 치유구마자연현상도 지배하는 신적인 능력을 보았고놀라운 언변을 통해 그분이 신적인 지혜를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그래서 그는 그런 놀라운 고백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복권에 당첨되듯이 숨겨진 진실을 뜬금없이 맞춘 것이 아닙니다하지만 그의 고백은 완전하지 못했습니다어쩌면 그의 고백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신의 개념만 담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그러니까 그런 절대적인 권력의 임금이 한낱 세상의 권력자들에게 살해된다는 사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겁니다하느님이 피조물인 인간을 위해서그것도 죄인들을 위해서 희생된다는 것은 사실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그래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그런 능력으로 사람들을 섬기셨습니다그분은 당신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지배하지 않으셨습니다제자들은 그분의 그런 능력만 보았지 그분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사람들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자신의 아들마저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그러나 사실 이미 우리는 일상에서 그런 사랑을 체험하고 또 행하고 있습니다갓난쟁이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부모친구와 연인을 위한 희생나라와 공동체를 위한 헌신 등이 그것입니다이기적인 인간이 타인을 위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신 하느님의 모습을 닮았고 또 그분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하느님은 하늘 위 저 먼 곳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안에 계십니다하느님은 우리를 지배하지 않고 섬기시며우리를 벌주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희생으로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를 대신 갚아주십니다.

 

이런 하느님이 우리에게 또 다른 짐을 지워주실 리가 없습니다종교적인 의무가 짐이 되지 않고 가벼운 짐과 편한 멍에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마태 11,30). 우리 대부분은 하루하루 힘겹게 생활합니다그런 우리에게 구원과 안녕을 위해서 또 다른 짐을 지워주는 이가 있다면 그놈은 우리 하느님일 리가 없습니다그런 신이 십자가의 저런 희생을 했다면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는 얼마나 두렵고 떨리겠습니까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엄청난 위협입니다우리는 십자가의 주님을 바라보며 위협이 아니라 지극한 사랑을 느낍니다부모님의 희생연인의 사랑친구의 도움을 넘어서는 더 큰 사랑을 생각하게 됩니다그런 사랑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런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이 나와 함께 계심을 믿습니다그분은 우리의 모든 허물과 죄를 없애주시고작은 희생과 선행을 칭찬하시며 오늘도 사느라고 땀 흘리는 우리를 격려하시고실패하고 넘어져 눈물 흘리는 우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눈물을 닦아주시고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주시며 괜찮으니 다시 시작하자고 위로하십니다그분은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의 죽음도 마다하지 않으신 절대권력의 임금님우리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그런데 나의 십자가는 나만이 짊어질 수 있습니다오늘도 수고하는 우리들이 하느님의 그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는 없어도 그분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기억해내는 것만으로 가족도배우자도연인도친구도 해주지 못하는 위로를 받습니다그분이 진짜 우리 하느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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