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하느님의 백성 (연중 27주일, 10월 8일)

이종훈

 

하느님의 백성 (연중 27주일, 10월 8)

 

며칠 전에 초인종이 울려 나가보니 허름한 차림새의 한 아저씨가 서 계셨습니다무슨 일로 오셨냐고 했더니 빵이나 컵라면이나 사먹게 …… .” 하시며 말끝을 흐리셨습니다잠시 당황했지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고 돈을 가져다 드렸습니다그런데 그러는 과정에서 아직도 그런 분이 계시네근데 잘 해드려서 다음에 또 오시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그분이 가시는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주님 앞에 부끄러웠습니다그분이 아무 건물이나 선택하신 것이 아니고 여기가 뭐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인지 잘 알고 초인종을 누르셨을 것이었기 때문입니다만일 그런 분들이 계속 찾아오면주님께서 저희 집을 방문하신다는 기쁨으로 그분들을 위해서 집 구조를 바꾸든가 모금 활동을 계획하든지 무엇인가 하는 것이 교회의 녹을 먹는 이들의 의무입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시다 못해 그들과 당신을 동일시하셨습니다당신에게 뭔가 해주고 싶다면 그들에게 해주고 그것이 곧 당신에게 해준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태 25,40). 교회가 주님의 것이고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그분의 집을 관리하고 그분의 일을 하는 일꾼들이라면 그들이 가장 작은이들을 섬기는 것은 당연합니다집 주인이 자신의 집을 찾아오고 그 일꾼들이 주인을 맞이하여 섬기는 것은 마땅합니다그런데 어느 새인가 일꾼들이 그 집의 주인이라고 착각하게 되었습니다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참으로 부끄럽고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땅당신의 나라에 오셨지만 그곳을 관리하던 사람들은 그분을 거부하고 나라 밖으로 내쫓아 살해했습니다예수님은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포도밭 소작인 비유(마태 21,33-43)를 들려주시며 자신의 현재 삶을 스스로 평가하고 심판하게 하십니다그들은 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 없이 없애 버리고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주어야 한다(마태 21,41)’고 대답했습니다다윗 왕이 우리야를 죽이고 그의 아내를 범했던 것을 나탄 예언자가 한 이야기를 통해 고발했을 때처럼(2사무 12,1-15)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해주셨습니다그들이 스스로 단죄했던 그 불충실한 소작인들이 바로 자신들의 모습임을 보여주셨습니다그리고 이야기 속의 그 소작인들처럼 그들도 하느님 나라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셨습니다.

 

성직자수도자는 하느님이 선택하신 사람하느님의 사람입니다그러니 하느님이 그와 함께 계시지 않으면 그는 그냥 한 사람입니다하느님의 선택은 그 자체로 영원하지 않습니다하느님은 사울을 선택하시고 당신 백성의 돌보는 봉사자로 삼으셨지만(1사무 9,16-17), 후에는 그를 고통스러워하시며 내치셨습니다(1사무 15,11; 26-28). 그가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제 멋대로 행동했기 때문입니다교회는 건물이나 조직이 아니고하느님은 그 작은 건물과 답답한 조직 안에만 사시지 않습니다그분은 당신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며 그것으로 당신께 합당한 제사를 봉헌하는 이들 가운데즉 하느님 백성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계십니다당신의 말씀을 듣지도 실천하지도 않는 이들이 올리는 제사가 그분께 향기로울 리가 없습니다성직자와 수도자는 하느님의 사람이지만 그들이 하느님을 잊으면 아무 것도 아니듯이하느님의 백성인 교회도 하느님을 모시지 않으면 그냥 사람들입니다하느님은 가장작은이들과 함께 계십니다어쩌면 그들이 교회의 주인일겁니다하느님의 백성들 마음 안에는 하느님이가장작은이들이 있어야 합니다그러지 않으면 머지않아 교회는 하느님 나라를 빼앗기고 건물과 조직 관리에만 열중하며 복음의 껍데기만 보관하고 있는 하느님 없는 하느님의 백성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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