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24일 성전

이종훈

11월 24일 성전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사람이 되시어 이곳에서 사셨다. 복음서 안에서 예수님이 하신 비유말씀이나 행동을 보면 예수님은 사람들의 세상살이에 관심이 많으셨다. 사랑은 곧 관심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기쁨과 슬픔, 고통과 해방, 갈등과 화해가 어떤 것인지 알아 가셨다. 목수로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유심히 바라보시고, 또 깊이 생각하셨을 것이다. 예수님은 그렇게 사람들에 대해 알아 가셨던 것이지 무슨 신적인 능력으로 그런 모든 것들을 꿰뚫어 보셨던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그분은 사람이 아니다. 

 

예수님은 성전을 정말 좋아하셨다. 12살 때 부모님과 함께 갔던 그곳에서 부모님이 떠나간 지도 모르고 사흘 동안이나 하느님의 법에 대해서 토론할 정도로 그곳을 좋아하셨다. 그분은 나이가 들어 세상을 더 많이 알아가면서 안타깝게도 성전에서 저질러지는 비리와 부정도 아시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사랑했던 곳이 저렇게 더러워지는 것을 그냥 보고만 계실 수 없었을 것이다. 구원의 때가 온 줄도 모르고 자신의 탐욕만 채우는 그들을 보고 눈물이 날 정도로(루카 19.41-42) 너무 속이 상하셨을 것이다. 그 안타까움은 의노로 변해 폭력적으로 성전을 깨끗이 하셨다. 그런데 성전의 사제들은 예수님의 그런 횡포를 막지도, 그분을 감옥에 가두거나 벌주지도 못했다. 그것은 그분의 행동이 폭행이 아니라 고발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위선, 탐욕, 체념, 무관심을 고발하신 것이다. 예수님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비밀을 세상에 드러내셨다.

 

예수님은 회개하라고 외치셨다. 우리의 마음을 바꾸라고 애원하셨다. 그리고 그분은 당신의 운명을 잘 알고 계셨다. 진리를 사랑하고 찾는 이들과 진실만을 말하는 이들이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당하는지 보셨기 때문에 진리와 진실 그 자체이신 당신이 어떤 일을 당하실 지 자명했다. 그분은 피하지 않으셨다. 폭력적으로 고발하셨지만, 그것은 그들의 회개를 애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마음을 바꾸지 않고 오히려 그분을 없애버릴 궁리를 했다(루카 19,47). 그들은 하느님의 집인 성전을 지키는 이들이고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들이었다.

 

하느님을 섬기는 자들이 그들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사람이 되어 오신 구세주 하느님을 이 세상에서 몰아낼 궁리를 했다. 누가 거짓말쟁인가? 성전을 지키는 사람들이었나? 성전을 부수려는 사람이었나? 예수님은 새로운 성전을 지으셨다. 다시는 돈, 권력, 탐욕으로 더렵혀질 수 없는 성전을 완성하셨다. 이제 성전에 가지 않아도 하느님을 섬길 수 있고, 돈이 없어도 그분에게 제물을 바칠 수 있게 되었다. 내 몸이 성전이고, 나의 선행과 희생 그리고 사랑이 그분께 바치는 참된 제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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