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군중과 제자 (연중 23주일)

이종훈

군중과 제자 (연중 23주일)

 

예수님 주위에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오늘날 유명한 연예인 주위에 구름처럼 몰려드는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그분이 공생활을 시작하시고 그분의 가르침과 치유 능력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그분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게 예수님께 관심을 갖거나 그분을 따라다녔던 모든 사람들이 그분의 제자는 아니었습니다. 군중과 제자는 달랐습니다. 군중은 단순한 호기심 또는 치유나 삶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 그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반면에 제자는 예수님께 삶을 배워 그분처럼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따라오는 군중에게 예수님은 돌아서서 당신의 제자가 되기 위한 조건을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6-27).”

 

예수님의 이 말씀은 지금 들어도 충격적인데, 그 당시 그분께 깊은 호감과 기대를 가지고 따라다녔던 이들이 받았을 충격은 훨씬 더 컸을 겁니다. 사실 예수님은 그 전에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신 후에 당신을 임금으로 모시려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분위기의 말씀을(요한 6,15)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 이후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돌아갔고, 12명의 제자들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그 열두 사람 안에는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 이스카리옷도 있었고, 그분은 그것을 알고 계셨습니다(요한 6,60-66). 예수님은 당신의 명예를 위해서도 아니고, 대중들이 원하는 대로도 아닌 오직 당신의 지상 사명을 위해서만 사셨습니다. 그것은 하느님, 그분의 사랑이었습니다. 그것은 절대적인 것이라 세상 어떤 것과도 바꾸거나 대치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설령 당신의 목숨을 내어 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도 물러서거나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같은 동네 사람들, 형제자매 심지어 어머니까지도 그분의 지상사명, 선교사명보다 우선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그분은 전혀 새로운 인간관계, 가족관계를 만드셨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가족, 하느님의 가족이었고, 곧 그리스도인이라는 새로운 인류의 탄생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르 3,35).”

 

하느님의 뜻은 절대적입니다. 다시 말해 타협도, 다른 것으로 대치도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분의 제자가 되고 그분의 가족이 되려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도전과 위협이 따라다닙니다. 예수님, 사도들, 성인과 순교자들이 그것을 증언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은 예수님께서 그 일을 시작하신 지 2천 년이 지난 오늘날도 그렇습니다. 교회는 세상에게 올바른 삶, 하느님의 뜻을 전합니다. 그런 가르침과 교회의 입장이 모든 사람에게 반가운 것이 분명 아닙니다. 특히 그 사안이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교회는 분명 하느님 나라 자체는 아니지만, 교회를 지도하시고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느님의 성령이십니다. 교회는 부족하지만 그분의 말씀과 뜻을 전하는데, 그것이 교회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 결정에 반대하는 이유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 더 큰 이유가 될 겁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교회의 입장과 가르침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고, 자신의 정당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뜻, 예수님의 삶을 묵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이유가 자신의 이익과 손해 때문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고, 그런 사람은 교회를 떠날 확률이 높습니다. 비록 교회는 죄인들이 모인 곳이라서 잘못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또한 회개의 공동체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과오를 고백하고 뉘우치고 개선합니다. 이런 과정은 일회적이지 않고 반복됩니다. 마치 우기 각 개인이 똑같은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는 것과 같습니다. 그분의 제자가 되려는 이는 자신의 십자가, 자신의 연약함을 잘 짊어지고 그분의 뒤를 따라갑니다. 예수님은 이런 교회에 당신의 선교 사명을 맡기셨고, 교회의 결정에 따르십니다(마태 16,18-19). 주님께서 이렇게 교회를 믿고 계시니, 죄인들이 모임인 교회는 어떤 결정과 입장을 발표할 때에 고민과 성찰 그리고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들 모두가 주님의 제자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을 따라다녔다고, 같은 동네에서 살았다고, 그분과 함께 식사한 적이 있다고, 그분의 가족이라고 해서 그분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루카 13,16).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의 시민입니다(마태 7,21). 하느님의 뜻은 예수님의 삶에서 완전히 드러났고, 그것은 그분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는 이 세상에서 예수님처럼, 예수님의 마음을 지니고 살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그분의 제자가 되고자 하는 결정은 전격적이고, 그 대가는 자신의 삶 전체입니다. 우리의 생명은 나뉠 수 없습니다. 생명의 일부만 구원받는 것이 아니듯이,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기 위한 대가도 우리 삶의 일부일 수 없습니다. 삶의 모든 것을 내어 놓아야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우리에게 모든 것이 되어 주실 겁니다. 세례를 받았다고, 사제라고, 수도서원을 했다고 그분의 제자가 된 것이 아닐 겁니다. 세례가 말하는 완전히 새로운 탄생, 서품과 수도서원이 말하는 완전한 봉헌이 그들을 그분의 제자로 만들어줍니다.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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