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7일(성 암브로시오) 믿음의 힘

이종훈

12월 7일(성 암브로시오) 믿음의 힘

 

전직 대법관 두 명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비록 구속은 면했지만 영장이 청구될만한 혐의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에게는 큰 상처를 주었다. 그들의 심판에 따라 패소한 이들에게는 의심을, 승소한 이들에게는 불안을, 국민 전체에게는 혼란을 만들어주었다. 법을 해석하는 그들을 믿지 못하게 된 것 같다.

 

예수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 하느님의 법이셨다. 책에 적힌 글자와 문장들이 사람이 되셔서 말과 행동으로 우리의 삶을 인도하고 심판하고 예견해주셨다. 글을 읽는 것보다는 누군가 들려주는 것이, 들려주는 것보다는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좋다. 예수님이 바로 그분이셨다.

 

하느님의 말씀은 심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 모두에게 풍요와 평화의 길이다. 과수원이 숲을 이룰 정도로 풍요롭고(이사 29,17), 불의한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정의로운(이사 29,19-21) 세상으로 가는 길이다. 그 길로 우리를 부르신다. 그분이 그전처럼 우리와 함께 사시면서 그 길을 가르쳐주고 보여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우리는 예수님 이전의 사람들처럼 다시 글로써 그 길을 본다.

 

누가 그분의 말씀을 해석해주고 마치 그분이 살아계신 것처럼 그것을 실제로 보여줄 수 있을까? 수도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성직자들은 휘청거리는데 누구의 말을 믿고 또 어디서 그 길을 찾아 볼 수 있을까? 예수님은 눈 먼 이들이 볼 수 있게 해주셨다. 예수님은 그들의 믿음이 그들의 눈을 열어주었다고 선언하셨다.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마태 9,29).” 혹여 사람들이 예수님이 요술을 부리신 줄로 생각할까봐 함구하라고 단단히 이르셨지만 어디 그게 그럴 수 있는 일이었겠나.

 

그러나 온 세상이 알아야 할 것은 예수님의 신통력이 아니라 그분께 대한 믿음의 힘이다. 우리는 할 수 없지만 그분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하고 그분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끌어안으려고 할 때 우리는 정말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겠지만 주님이 겪으셨던 일도 겪게 될 것이다. 그게 그런 마음을 먹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이 또한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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