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8일(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길의 인도자

이종훈

12월 8일(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길의 인도자

 

죄를 반기는 사람은 없지만 무죄한 사람도 없다. 원하지 않으면서도 자주 그리고 그 상황에서는 거의 매 번 그것을 선택하니 언제나 후회스럽고 그런 자신이 정말 싫다. 죄는 우리를 그렇게 선한 자신에게서 분리시킨다. 죄는 대부분 직, 간접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공동체 안에서도 자신을 분리시킨다. 마지막으로 죄는 하느님을 멀리하고 또 잊고 싶게 해서 자신을 하느님과도 분리시킨다.

 

이집트 노예생활에서 탈출하는 놀라운 경험을 한 이스라엘 민족은 자신들을 선택하시고 이끄시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우주만물과 사람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묵상하고 그러면서 죄의 근원도 보게 되었던 것 같다. 뱀을 반려동물로 삼는 이들도 있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뱀을 귀엽다고 예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뱀에게 모든 혐의를 씌워버렸다. 뱀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최초의 인간이 하느님의 말씀을 거스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뱀의 유혹에 넘어가서 그리 되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낙원을 잃어버렸다. 원래 하느님과 함께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인데 오히려 하느님을 만나는 일이 두려운 일이 되어버렸다(창세 3,10). 이렇게 죄는 우리와 하느님을 갈라놓는다.

 

뱀도 하느님이 빚어 만드셨는데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창세기 저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알려주면 좋을 텐데. 그런데 그것을 알고 싶은 이 마음이 최초의 인류가 당했던 유혹이 아닐까? 하느님도 묻지 않으셨던 것을 알려는 마음, 그것을 먹으면 죽지 않고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것 같은 생각이다(창세 3,4-5). 알 수 없는 것을 알려고 하고, 온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고 지배하는 신처럼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죄의 뿌리인가 보다.  

 

오늘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하느님은 그 두 사람이 상상했던 그런 분이 아니다. 그분은 예수님이 아버지라고 부르며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받아들일 정도로 지독히 사랑하셨던 바로 그분이다. 자신의 죄로 낙원을 떠나야했고 하느님을 만남을 두려워하게 된 인간, 그러고 싶지 않으면서도 매 번 그런 선택을 해서 괴로워하는 우리들을 애끓는 마음으로 사랑하시는 하느님이시다. 그러니 그분은 우리를 구원하시지 않을 수 없다. 창자가 끊어지고 애간장이 녹아나는 데 어떻게 그러지 않으실 수 있었겠나?

 

하느님이 선택하신 구원 방식은 세상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우리들을 위해 그분은 몸소 우리와 같이 연약한 사람이 되셔서 당신을 알려주셨다. 하지만 우리를 낙원으로 이끌어가고 하느님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해야 하셨으니 그분은 우리와 달라야 했다. 이어지는 죄의 고리에서 자유로우셔야 했다. 현대인들은 물려받은 죄에 말하면 불쾌하겠지만 그렇다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식은 부모의 몸만 물려받지 않는다. 질병도 습성도 그렇다. 그 안에는 좋은 것도 있지만 나쁜 것도 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려면 여인의 태가 필요했고 그것은 죄에 물들지 않았어야 했다.

 

하느님은 한 여인을 준비시키셨고 때가 차자 그 여인에게 당신의 계획을 알려주셨다. 하느님은 당신의 계획에 맞추려고 그 여인을 조정하지 않으시고 그의 완전히 자유로운 응답을 겸손하게 기다리셨다. 아! 우리 하느님! 순전히 개인적인 상상이지만 하느님은 마리아이외에도 여러 여인들을 준비시키셨을 지도 모른다. 다른 여인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마리아만 하느님의 그 계획에 동의했던 것은 아닐까? 여하튼 마리아는 완전히 자유로운 마음으로 그 응답이 가져 올 많은 위험과 어려움을 알면서도 하느님을 신뢰하며 동의했다.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 안으로 들어오셨고 우리는 구원을 받았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에페 1,3-4).”

 

이렇게 하느님의 계획대로 구원이 이루어졌지만 우리는 오늘도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괴로워한다. 여전히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 두렵고, 그러니 낙원은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 같이 여기게 된다. 예수님이 땅에서 하늘로 오르는 길을 터놓으셨지만 그 길을 잘 찾지 못한다. 누군가 우리를 그 길을 알려주고 데려가주었으면 좋겠다. 그는 맑은 눈과 마음을 지닌 이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처럼 삶의 고통과 괴로움을 겪어 봐서 그것을 잘 아는 이라면 더욱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은 그런 분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아셨고, 그분이 바로 당신의 어머니라고 확신하셨을 것이다. 그러니까 세상을 떠나시며 당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그분 에게 맡기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요한 19,26).” 그리고 우리들은 당신처럼 그분을 어머니로 모시고 따르라고 분부하셨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7).” 성모님은 예수님을 잘 아시고 또 그분 계신 곳으로 가는 길도 아신다. 그분이 그 때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저희는 어머니의 딸(아들)입니다. 가라고 하시는 곳으로 가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길의 인도자이신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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