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14일(십자가의 성 요한) 무(無)

이종훈

12월 14일(십자가의 성 요한) 무(無)

 

금욕적으로 엄격하게 살면 너그러움과 따뜻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설렁설렁 좋게좋게 살면 세속적으로 되기 쉽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 세상과 떨어져 광야에서 홀로 철저히 금욕적으로 사니까 마귀가 들려서 그렇다고 하고, 예수님이 모든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자 먹보요 술꾼이라고 비난했다(마태 11,18-19). 두 분 모두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였지만 사람들은 듣지 않았다. 아니 처음부터 들을 마음이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의 하느님은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들이 아니라 각자의 하느님이라고 해야 옳겠다.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라고 부르면서 자신의 뜻에 맞는 하느님을 떠올린다. 그런 하느님은 없다. 하느님은 내 안에 계시고 동시에 완전히 내 밖에 계신다. 하느님은 내면에서 만나지만 그분은 내 뜻과 일치하시는 분이 아니라 내가 그분의 뜻에 맞춰 살아야 하는 분이시다.

 

십자가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성인은 자신의 수도명을 십자가의 요한이라고 지었을까? 주님의 길은 십자가의 길이고 비움의 길이다. 십자가를 통하지 않고서는 주님을 만날 수 없다. 우리에게 가장 큰 고통과 두려움은 자신의 의지를 포기함이다.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고 생활함이 얼마나 힘든가? 그런데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자신의 의지를 포기함이다. 그런데 그 포기는 체념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무한한 신뢰의 표현이다. 그것은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하지 않고 이 모든 것을 무한하시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느님께 맡기는 믿음이다. 그렇게 하느님을 신뢰한다면 금욕과 세속의 구분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예수님이 먹보요 술꾼으로 보였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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