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12월 15일 회개의 시작

12월 15일 회개의 시작

하느님이 약속하신 구세주께서 이 세상에 오셨지만 사람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다. 사제들도 마찬가지였다. 왜 그랬을까? 그들이 게으르고 악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주기적으로 단식도 하면서 율법을 철저히 지키고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다. 그렇지만 정작 율법의 주인이 오셨는데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분은 그들이 상상하던 그 모습이 아니었거나 뭔가 본질적인 것을 잃어버렸던 것 같다.

선하신 하느님께서 손수 지어 만드신 세상인데 왜 이럴까? 거짓, 속임수,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이 악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본떠 만든 인간이 악할 리가 없다. 악하지 않고 약해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유혹에 쉽게 걸려 넘어진다. 거짓을 진실로 바꾸고 폭력을 평화의 수단으로 삼는다. 인간의 연약한 본성 안에는 이기심과 자기본성적인 성향이 단단히 뿌리를 박고 있다. 그런 마음이 어떻게 하느님을 알아볼 수 있겠나?

하느님은 세상 어느 곳에나 계신다. 그런데도 우리는 하느님을 찾는다. 세상에 다 드러나 계신 하느님을 열심히 찾는다. 숨어계신 하느님을 찾는 것이 아니라 비뚤어진 마음을 바르게 하는 중이다. 바른 마음은 하느님의 말씀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듣고 곧게 뻗어 있는 주님의 길을 볼 것이다.

사실을 가려내고 진실을 말하는 것조차도 어렵다. 그것이 숨어 있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약한 본성으로 어두워진 마음이 그것을 똑바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세주 오시기 전에 엘리야가 먼저 와서 모든 것을 바로잡아줄 것이라고 믿었던 이유가 이거였다. 불마차를 타고 하늘에서 엘리야가 내려올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이기심과 자기중심적인 성향으로 마음이 왜곡되어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엘리야도 불마차도 소용없다. 그것이 회개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