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30일(성가정 축일) 우주의 경계 허물기

이종훈

12월 30(성가정 축일우주의 경계 허물기

 

함께 사는 건 쉽지 않습니다직장이든 수도원이든 심지어 가족도 함께 사는 데에 어려움을 겪습니다그것은 완전히 독립적인 한 개인들이 서로 섞여야하기 때문일 겁니다개인은 한 인격체로서 지식과 경험을 통해 얻은 고유한 성격과 삶의 방식을 지니고 있습니다그것은 각기 견고한 경계를 지니고 있어서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동양에서는 한 사람을 작은 우주라고 부르는데이것은 단지 육체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이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이런 작은 우주들이 만나 뒤섞여서 더 큰 우주를 만들려니 충돌하고 서로의 경계들을 허물지 않으면 공동체를 이룰 수 없습니다이렇게 어렵게 만들어진 공동체이니 넋을 잃고 감탄하게 하는 우주의 신비로운 모습만큼이나 공동체도 그럴 겁니다사랑이 없으면 허물 수 없고 하느님을 믿지 않으면 감히 그렇게 할 수 없을 겁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계명은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고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그리고 사랑이 계명인 것은 그것이 그냥 저절로 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쉬운데 이웃을 사랑하기 너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그것은 그의 착각읿니다예수님은 6백여 개 율법을 단 두 가지 계명즉 하느님사랑과 이웃사랑으로 줄여주셨고 이 둘을 다시 한 가지 계명으로 요약하셨습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 이웃사랑이 곧 하느님사랑입니다이웃을 사랑하는 만큼만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그러니까 하느님사랑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예수님은 열두 살이 되면서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임을 아셨던 것 같습니다처음 예루살렘 성전에 가셔서 그곳을 아버지의 집당신이 계셔야 할 곳으로 느끼셨습니다(루카 2,49). 하지만 요셉과 마리아는 어린 아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우리는 요셉과 마리아의 당황한 모습을 충분히 이해합니다예수님도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그래서 예수님은 부모님들과 집으로 가셔서 그들에게 순종하며 사셨습니다하느님이 인간에게 순종하셨습니다그러면서 예수님의 지혜는 자랐고 아버지 하느님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도 그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루카 1,52).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습니다하느님은 경계를 허물고 그것을 뛰어넘으셨습니다하늘과 땅하느님과 사람영원한 생명과 죽음무한과 유한주인과 종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당신의 것을 모두 버리시고 우리 안으로 뛰어들어 오셨습니다(필리 2,6-8). 예수님은 요셉의 아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이시니 하느님의 집에 사셔야 했지만아직 그 엄청난 사실을 알아듣지 못하는 부모들을 위해서 기꺼이 나자렛에서 그들에게 순종하며 사셨습니다이것이 사랑이고 사랑은 원칙보다 더 위에 있습니다서로에게 순종하고상대방에게 자신을 맞추며이해할 수 없는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그를 용서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아버지 하느님께서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에게 가장 높은 이름을 주셨으니 그것을 닮으려는 우리에게 그렇게 하실 것입니다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압니다어쩌면 그런 일은 하느님만 하실 수 있는 일인런지도 모르겠습니다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되려고 끊임없이 하느님의 은총을 구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가족 모두가 성당에서 봉사하는 가정이 성가정은 아닙니다서로 사랑하는 곳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순종할 수 없는 데도 서로에게 맞추고 배려하며 끝까지 인내하는 곳이 성가정입니다우리는 어쩌면 너무 가까워서 서로를 잘 못 볼지도 모릅니다수십 년 같이 살았고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알았다고 그를 다 안다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대자연과 우주 앞에서 저절로 생기는 그 경외심으로 작은 우주인 한 인격체 앞에서도 그런 마음으로 존중하고 존경해야 하겠습니다그는 우주와 하느님을 담고 있어서 신비롭고 또 그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무슨 일을 어떻게 이루어가실지 우리는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게다가 그가 나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줄지도 모릅니다이것을 알면 그를 내 소유라고그를 다 안다고 감히 말하지 못할 겁니다그러므로 형제 여러분하느님께 선택된 사람거룩한 사람사랑받는 사람답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입으십시오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사랑은 완전하게 묶어 주는 끈입니다.(콜로 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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