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12일 못난이들의 하느님 나라

이종훈

10월 12일 못난이들의 하느님 나라

 

교회는 구원의 보편성사이다. 쉬운 말로 교회에 가면 위로받고 희망을 발견하여 기뻐하며 집으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과연 그런가? 교회 내 그 거룩한 성찬례(미사)보다는 그리고 그 자비로운 고해성사보다는 오히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불러온 대중가수의 노래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 같다. 그 가수는 잘 살지 못한 것 같다. 교육도 많이 받지 못했고, 적지 않은 추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아마도 밑바닥을 경험했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의 노래는 단순하고, 가사는 유치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며 친근하게 말을 건네 온다. 그리고 눈물 나게 한다. 예수님께서도 그러셨을 것 같다. 대중가요를 어찌 하느님의 위로와 비교할 수 있냐고 비난할는지 모르지만, 사제인 나도 그런 노래를 들으며 눈물 흘리고 위로받는다. 하느님께서 그 가수의 인생살이 안에서 그리고 그 노래를 통해 삶에 지친 우리를 위로하셨다고 하면 억지일까?

 

교회 신문 한 사설에서 자살을 말하면서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이 세상살이인 것 같다고 논했다. 맞는 말이다. 사는 게 너무 힘드니까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교회는 원칙적으로 자살을 단죄하지만, 그들이 삶을, 하느님의 축복인 생명을 저버리게 한 세상의 고통을 모르는 척 해서는 안 된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호되게 꾸짖는 말씀을 들었다. 거의 모욕에 가까운 꾸짖음이다. 그만큼 예수님은 화딱지가 나셨던 것 같다. 왜일까? 당신이 아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그들이 전하는 하느님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없이 인자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무섭고,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고, 끝없는 어려운 숙제를 내주시는 분으로 소개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세상에는 일을 잘 하는 사람보다는 잘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우등생은 몇 명 안 된다. 예수님은 우등생보다는 그렇지 못한 이들의 친구가 되셨다. 규칙도 잘 못 지키고, 자주 넘어져 다치는 사람들을 위로하셨다. 이 세상에 그렇게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러나 선한 지향대로 잘 사는 사람 또한 많지 않다. 이런 우리의 딱한 사정을 예수님은 30년 넘게 직접 목격하셨고, 그들의 고충을 들으셨고, 그들이 결코 악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심신이 약해서 그렇게 된 것임을 아셨던 것 같다. 그분은 겉과 속이 같아서 그분에게는 거짓이라고는 있을 수 없다. 그분은 진리이신 하느님이시니까. 그런 깊은 연민을 속이고 겉으로는 엄하게 사람들을 대하셨다면 그분은 하느님이 아니다. 거짓말쟁이다.

 

바리사이들을 꾸짖으신 내용은 그들 자신의 위선적인 행동에 관한 것이다(루카 11,42-44). 그러나 율법교사에 대한 꾸지람은 그들 자신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들의 못된 행동 때문에 수많은 백성들이 고통 받고, 위로받지 못하고, 희망을 찾지 못하게 한 이유가 훨씬 더 크다. 그들은 우리에게 짐을 얹어 주기만 하고 조금도 도와주지 않았지만, 예수님은 그 무거운 짐을 다 덜어주시며 가볍고 짊어질만한 짐만 지게 하셨다(마태 11,28-30). 그러니 그들의 언행을 보고 화딱지 머리끝까지 나지 않으셨을 수가 없었을 거다. 예수님의 그 분노 안에는 1등품 사과와 함께 자라느라 마음고생 많이 한 수많은 못난이 사과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애정이 담겨 있다.

 

사람들이 교회를 떠난다. 젊은이들은 아예 교회에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주일미사 참례의무, 판공성사 의무는 짐스럽고, 미사시간은 너무 지루하고 거기에 그러고 있는 것 자체가 짜증난다고 한다. 오히려 다른 곳에서 위로받고, 희망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교회는 ‘하느님 나라를 빼앗기고 있는 중은 아닐까?(마태 21,43)’ 그래도 예수님은 교회를 사랑하시고 이것을 통해서 일하신다고 믿는다. 우리가 끝까지 붙어 있기만 한다면 예수님은 빈약한 이 가지들에서도 열매를 맺게 해주시리라 믿는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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