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월 13일(주님세례축일) 주님과 함께

이종훈

 

1월 13(주님세례축일주님과 함께 

 

칭찬은 어렵고 비난은 아주 쉽다선행에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악행은 잠시 하느님 생각을 하지 않으면 저절로 저질러진다수십 년째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괴로워하면서도 좀처럼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죄인이라는 말이 귀에 거슬려 죄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표현하지만 그래봐야 죄인은 죄인이다.

 

선행은 고사하고 악행을 멈추려는 노력도 쉽지 않다세찬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고 폭포 속에서 힘겹게 숨 쉬는 것 같다누군가 여기에서 나를 빼내주어야 한다나 혼자서는 할 수 없다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 훌륭한 스님들처럼 순교에 가까운 수련을 할 자신이 없다그래야 구원 받을 수 있다면 과연 세상에서 몇이나 구원 받을 수 있을까?

 

요한이 베푼 세례는 죄를 씻음이 아니라 용서를 받기 위해 회개를 돕는 의식(마태 3,11; 마르 1,4; 루카 3,3)이었다물로 죄가 쓱싹 지워진다면 얼마나 좋겠나설령 그렇다고 해도 죄로 기울어지는 성향은 없앨 수 없을 것이다증상을 없앰이 아니라 병의 근원을 없앰이 진정한 치유이다그 근원에는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안전하고 생존하고 싶은 욕구힘을 갖고 지배하고 마음대로 조종하고 싶은 욕구가 깊게 뿌리를 박고 있다그 욕구가 너무 달콤해 보여서 그렇게 괴로우면서도 매 번 똑같이 그것을 선택하고야 만다.

 

예수님은 요한이 베푸는 세례죄를 고백하고 회개를 다짐하는 세례를 받으셨다이해할 수 없다예수님도그것을 기록해 전한 사람도무죄한 분죄를 지을 수 없는 분이 왜 그 자리에 죄인들과 함께 서계셨을까그것은 아버지 하느님이 그걸 원하시기 때문이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2).” 교부들은 예수님이 당신을 물속에 담가 그 물을 축복하셨다고 해석했다보통 물을 정말로 죄를 씻어내는 물로 만드셨다는 뜻이다거기에 하느님의 영을 불어넣어 죄인들을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다.

 

하느님은 한없이 낮아지셨고모두 다 비우셨다하느님이 사람이 되시고 죄인들 가운데 계셨다우리는 죄를 캐고 비난하고 고발하는데 선수지만 그분은 그것을 덮고 씻어내신다그것을 어떻게 믿느냐고그분은 우리가 그러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하느님께 우리를 변호하셨던 분이다(루카 23,34). 정말 고맙고 큰 위로가 되는 변호이다이사야 예언자가 예언한 그대로이다. “그는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그 소리가 거리에서 들리게 하지도 않으리라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이사 42,2-3).”

 

그분이 내 안에 사신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 행복하겠지만 변치 않을 사랑을 지닌 분과 함께 사는 것에 비길 수 없다그런 분을 따른다고 하지만 그분처럼 사람들을 사랑할 자신이 없다아니 흉내도 못 낸다무죄한데 죄인들과 함께 있고옳고 좋은 일을 하고 욕먹고 누명을 쓰는 일은 어떻게 견딜 수 있나세상에 누가 그렇게 사랑할 수 있나송구스럽지만 나는 그렇게 못한다그렇다고 그분은 나를 나무라지 않으신다나는 죄인이니까그런 분이 내 안에 사시며 하느님의 길을 보여주신다고 굳게 믿는 것에 만족하련다그래도 여전히 비난과 심판의 선수이겠지만 그럴 때마다 참으로 뻔뻔해도 그 즉시 주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며 죄를 씻는다그렇게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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