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31일(사순 4주일) 하느님 집에 살려거든

이종훈

3월 31일(사순 4주일) 하느님 집에 살려거든

 

하느님은 부자다. 더 이상 일꾼들이 필요 없는데도 품을 팔려는 가난한 이들에게 일거리를 주어 품삯을 가져가게 하는 이상한 포도밭 주인과 같다. 하루 종일 일했든 한두 시간 일했든 똑같은 품삯을 쳐준다(마태 20 14-15). 처음부터 그들의 일손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그들이 정당하게 생활비를 벌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느님의 집은 참 넉넉하다.

 

‘나는 하루 온종일 뙤약볕 아래서 일했는데, 너는 선선한 저녁에 한두 시간 일해서 나와 똑같은 품삯을 받았으니 참 잘 됐다. 축하해.’라고 말할 수는 없을까? 할 수 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다. 많이 사랑한다면 그의 잘못을 뒤집어 쓸 수도 있다. 하느님은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마태 5,45). 하느님의 마음은 참 넓고 크다.

 

이런 하느님의 마음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 하느님 나라다. 다투었지만 금방 화해하고, 미움이 생기면 썩은 음식물 쓰레기처럼 얼른 갖다 버리고, 판단과 단죄는 하느님께 전적으로 맡기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아마 하늘의 성인들도 투덕투덕되며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게 사람이다. 하느님은 세 위격이 하나가 될 정도로 사랑하시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하느님을 닮고 그 안에서 사는 것이 우리에게는 최고의 행복이다. 하느님처럼 넉넉하고 넓고 큰마음으로 살고 싶다. 잊음이 용서라지만 손등의 흉터처럼 남아있는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겠나? 불편한 채로 그냥 짊어지고 사는 거지. 눈물까지 흘리며 주님을 믿는다고 수백 번 고백해도 찻잔에 가라앉은 앙금 같은 불신처럼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앙갚음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아버지의 충고에 큰 아들은 대답하지 못했지만 나는 해야 한다. 하느님의 집에서 살고 싶으니까.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다. 너의 저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루카 15,31-32).”

 

예수님, 땅에서 나고 자란 저희에게 하늘나라를 소개시켜주셨으니 거기에서 사는 법도 가르쳐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언제나 더 많이 도와주고 싶어 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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