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3일 함께 사는 세상

이종훈

4월 3일 함께 사는 세상

 

자폐아들을 살해한 노모가 집행유예선고를 받았다. 그 노모는 40년 동안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돌보았고 그의 폭력성이 점점 심해져 그를 받아주는 병원도 찾기 어려워지자 70이 다 되어가는 자신이 죽으면 그를 돌보아 줄 사람도 없으리라는 절망감에 벌어진 일이었다. 판사는 그 노모가 부모의 역할을 다 한 것으로 보이고 그 노모에게 자식을 살해했다는 기억과 죄책감보다 더 큰 형벌은 없을 것이며, 또한 국가가 장애인들을 보호하고 돌보는 데 필요한 충분한 조치를 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집행유예의 판결을 내렸다고 했다.

 

자식살해는 분명 죄다. 하지만 그 노모를 단죄하고 ‘그래도 조금만 더 참아야 했어.’라고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단 나흘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 노모는 40년을 그렇게 살았다. 남은 생 동안 그분이 지고가야 할 죄책감의 무게는 …. 상상도 되지 않는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1요한 4,8).” “그런데 시온은 ‘주님께서 나를 버리셨다. 나의 주님께서 나를 잊으셨다.’ 하고 말하였지.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 49,14-15).” 오늘은 이런 말씀이 왠지 공허하게 들린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 이런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하느님은 참 좋고 사랑이시라고 선포하는 것이 이렇게 미안할 수가 없다.

 

예수님도 억울하게 수난하시고 살해당하셨다. 그런 사실이 그 어머니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세상을 떠난 그 아들은 예수님을 뵈었을 것이고, 그 어머니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 어머니는 예수님보다도 그 아들을 제일 먼저 찾겠지. 예수님은 그의 그런 마음을 제일 잘 아실 거다. 그래서 한 발 뒤에서 그들의 만남을 지켜보시고 위로해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야 하느님은 사랑이시라고 선포할 수 있다.

 

그 판사는 국가에게 그 책임을 물었다. 거기에는 그 국가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어머니처럼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 고작해야 작은 금전적 지원이나 불편함을 참는 것뿐이다. 이런 기사 앞에서 모두가 마음 아파하며 울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많이 가진 이들은 자신의 곳간을, 그렇지 않은 이들은 마음의 곳간을 열었으면 좋겠다.

 

예수님, 세상에는 제가 알지 못하는 고통을 지니고 어두운 곳에서 혼자 우는 이들이 많습니다. 주님도 못하셨는데 가난과 선한 이들의 고통을 제가 무슨 수로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함께 울고, 불편함을 견디는 것뿐입니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어 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마음을 더 넓게 쓰는 법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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