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7일(사순 5주일) 연결

이종훈

4월 7일(사순 5주일) 연결

 

운전을 할 때 가끔 앞차가 머뭇머뭇할 때가 있다. 가는 것도 아니고 서는 것도 아니고. 그런 운전자의 열에 아홉은 초행길에 어딘가를 찾는 중이다. 그런 줄 알면서도 그런 게 지속되면 경적을 울리며 불만을 표출하게 된다. 요즘은 네비게이션 덕분에 창문을 열고 동네 사람에게 길을 묻는 일이 거의 없다. 하늘의 위성과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어 어디든지 자신 있게 간다.

 

네비게이션이 고장 나면, 연결이 끊어지면 우물쭈물 뒤뚱뒤뚱 거리게 된다. 다른 차들이 움직이니까 서 있을 수는 없어 앞으로 가긴 하는 데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라 불안해하며 그 흐름에 얹혀서 그냥 앞으로 가는 거다. 죄는 하느님과 나를 분리시킨다. 연결이 끊어져 우물쭈물 뒤뚱뒤뚱 거리는 것이 죄인의 삶이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속마음은 늘 불안하다. 어디로 가는 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죄인은 불안한 표정을 애써 감추면서 어정쩡하게 사는 거다. 

 

하느님은 끊어진 당신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직접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셨다. 그분은 인간의 죄를 묻지 않으셨다. 그분은 우리가 뒤뚱거린다고 경적을 울리지 않으신다. 오히려 함께 걸으시며 바르게 걷고 자연스럽게 지내게 해주신다. 그것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이다. 비판과 비난, 단죄와 심판에 익숙한 우리들과는 참 다른 모습이다. 사랑과 자비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우리는 정반대의 것들을 내놓는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끊어졌기 때문일까?

 

간음하다 붙잡혀 온 여인(요한 8,3)은 길을 잃은 정도가 아니라 광야에 버려졌다. 어떤 길로 가야 하는 지 고민도 없다, 아예 길이 없으니까. 그녀에게 예수님은 길을 내주셨고, 사막 같은 그녀의 마음에 큰 강을 만드셨다(이사 43,19). 단죄와 벌은 없다. 그 대신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 8,11).”

 

그 이후 그녀가 어떻게 살았는지 성경은 보도하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녀가 예수님의 부활을 처음으로 목격한 바로 마리아 막달레나이기를 바라는 눈치다. 성경에는 그런 증거가 전혀 나오지 않는데도 말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것은 헤피엔딩을 바라서가 아니가 내가 그렇게 변하기를 바라기 때문일 거다. 하느님과 완전하게 연결돼서 반듯하게 똑바로 자연스럽게 걸어가고 싶으니까.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 저도 주님처럼 반듯하게 걸어가게 해주소서. 권력자들의 위협과 군중들의 냉대에도 우직하고 당당하게 당신이 하셔야 할 일을 하시고 가셔야할 길을 가셨던 하느님께 대한 완전한 신뢰와 사랑을 저에게도 가르쳐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번호 제목 날짜
1613 [이종훈] 나해 7월 4일(연중 14주일) 약점(+MP3) 2021-07-04
1612 [이종훈] 나해 7월 3일(성 토마스 사도 축일) 상처 받을 용기(+MP3) 2021-07-03
1611 [이종훈] 나해 7월 2일 분리와 큰마음(+MP3) 2021-07-02
1610 [이종훈] 나해 7월 1일 나도 하느님도 모르는 것(+MP3) 2021-07-01
1609 [이종훈] 나해 6월 30일 목숨보다 귀한 것(+MP3) 2021-06-30
1608 [이종훈] 나해 6월 29일(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그리스도인의 삶(+MP3) 2021-06-29
1607 [이종훈] 나해 6월 28일 예수님을 따름(+MP3) 2021-06-28
1606 [이종훈] 나해 6월 27일(연중 13주일) 믿음과 생명(+MP3) 2021-06-27
1605 [이종훈] 나해 6월 26일(영원한 도움의 성모 축일 경축 이동) 이콘과 우상(+MP3) 2021-06-26
1604 [이종훈] 나해 6월 25일(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평화와 용서(+MP3) 2021-06-25
1603 [이종훈] 나해 6월 24일(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지금 당장(+MP3) 2021-06-24
1602 [이종훈] 'Rio 신부의 영원한 기쁨' 일시 중단(6월 14일~23일까지) 안내입니다 2021-06-14
1601 [이종훈] 나해 6월 13일(연중 13주일) 똑같지만 새로운 결심(+MP3) 2021-06-13
1600 [이종훈] 나해 6월 12일(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고통과 순수 2021-06-12
1599 [이종훈] 나해 6월 11일(예수성심 대축일) 하느님 마음(+MP3) 2021-06-11
1598 [이종훈] 나해 6월 10일 미움(+MP3) 2021-06-10
1597 [이종훈] 나해 6월 9일 하느님의 기쁨(+MP3) 2021-06-09
1596 [이종훈] 나해 6월 8일 세상사는 참 맛(+MP3) 2021-06-08
1595 [이종훈] 나해 6월 7일 위로(+MP3) 2021-06-07
1594 [이종훈] 나해 6월 6일(성체 성혈 대축일) 체질 개선(+MP3) 2021-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