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8일 작은 등불

이종훈

4월 8일 작은 등불

 

수 년 혹은 수십 년 전에 벌어졌던 사건들이 재조사되고 있다. 부당한 권력에 의한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억울한 사람들이 위로 그리고 합당한 보상과 배상을 받기 바란다. 이로써 정의가 살아있고 약자들의 하느님이 살아계심을 세상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

 

모든 사람이 정의로운 세상을 바라는데도 세상은 정말 정의롭지 못하다. 이런 현실이 사람들의 양심을 혼탁하게 하고 선하고 의롭게 살고자 하는 의지를 약하게 하는 것 같다. 정의롭고 의로운 삶의 원칙이 조금씩 무너지는 느낌이다. 유별나게 보이고 싶지 않고 괜히 고집스럽게 살다가 정의롭고 의로운 세상에 혼자 남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일 거다.

 

어떤 이들은 죽고 싶지 않은 인간의 바람이 영원한 생명과 내세의 삶이라는 허상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저 세상을 다녀 온 사람은 없고 부활하신 예수님도 믿는 이들에게만 나타나셨고 게다가 지금은 아예 어느 누구에게도 나타나지 않으시니 그들의 그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들은 종교와 내세에 대한 믿음은 심약한 이들의 피난처나 피곤한 삶의 진통제 같은 것이라고 비웃는 것 같다.

 

수백 년 전 땅 속에 묻힌 유물들이 발견되는 것처럼 묻힐 뻔한 불의한 사건들이 재조사 재수사되어 억울한 사람들이 위로받고 그들의 명예가 회복될 것이다. 또한 정의와 평화를 포기한 것 같은 세상의 어두움 속에서도 작은 등불들이 여기저기에서 꺼지지 않고 그 주위를 비추고 있다.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 하느님은 다니엘을 통해서 ‘악한 세월 속에서 나이만 먹어 추악해진 두 노인(다니 13,52)’의 음모에 희생될 뻔한 수산나(다니 13,42-4)를 구하셨고, 예수님은 당신을 시험하여 고발하려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에게 이용당하고 또 죽을 뻔한 그 간음한 여인을 구하셨다.

 

그 두 여인에게 그 두 사람은 어둠 속의 빛이었다. 특히 그 간음한 여인은 수산나와는 달리 죽음의 형벌을 받아야 했으니 예수님은 말 그대로 생명의 빛이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죽을 수밖에 없는 모든 인류의 빛이다. 죽음의 어둠을 밝히고 전혀 알지 못하는 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이다. 그 빛을 보는 이들이 이 세상 곳곳에 흩어져 그 빛을 반사하는 작은 등불들이다. 그 등불은 세례성사로 씻어져 내는 빛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 그리고 진리를 바라는 열망이 내는 빛이다. 아니, 참 빛을 반사한다. 그리고 그 빛은 이 세상너머의 어두운 세상까지 비추며 여기가 전부가 아니라고 알려준다.

 

빛이신 그리스도 예수님, 제 마음에 주님의 말씀이 머물게 하여 제 양심이 참 빛이신 주님을 반사하는 맑은 거울이 되게 하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기운 빠지게 하는 소식에도 꿋꿋하게 이 빛의 길을 걸어가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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