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18일(주님만찬 성 목요일) 희생과 삶

이종훈

4월 18일(주님만찬 성 목요일) 희생과 삶

 

나는 누군가의 도움과 희생으로 산다. 버스 기사님이 운전해주시니 편하게 목적지에 가고, 누군가 음식을 만들어주니 그것을 먹는다. 그리고 곡식과 가축이 목숨을 내어주어 그 음식이 되어주니 산다. 몇 해 전에서야 이 단순하고 자명한 사실을 깨달아 수저를 집기 전에 입으로는 주님께 그리고 마음은 그분들과 그것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 그런데 그 마음을 자꾸 잊어버려 속상하다.

 

예수님은 세상에서 좋은 일만 하셨다. 당신의 몸이 모두 녹아내릴 때까지 좋은 일을 하셨다. 그분은 하느님이시고 당신도 그것을 알고 계셨다(요한 13,3). 그분은 가장 높으시지만 가장 낮게 사셨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심은 겉으로는 제자들에 대한 당신의 지극한 사랑이고 속으로는 당신의 인생을 종합 요약하는 것이었다. 사랑은 그렇게 스스로 낮추어 종이 되어 이웃을 섬김이다. 그 후 그분은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셨다. 모두가 싫어하는 두려워하는 죽음의 세계까지 내려가셨다. 주님이 거기까지 내려가셨으니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스스로 죄인들의 종이 되고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는 행위 안에는 죽음이 깊게 배어있다. 우리는 하느님의 죽음으로 살게 됐다.

 

예수님의 인생은 그렇게 끝나지만 당신은 그 사랑이 세상 마지막 날까지 남아 있기를 원하셨다. 그래서 일부러 제자들에게 당신의 사랑을 그렇게 보여주셨다. 그들이 보고 기억하여 따라하라고 말이다(요한 13,14-15). 이웃의 더러움을 지적하여 고발하지 말고 가려주고 닦아주라고 그리하셨다. 그리하여 나의 희생과 죽음으로 인해 나의 이웃이 살게 하라는 가르침이었다.

 

명인이나 명장들에게 왜 그렇게 하냐고 물으면 그들은 하나 같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스승님이나 부모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고 대답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들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따라 했지만 그렇게 하면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알게 됐다고 한다. 그들의 바람은 딱 하나 스승님만큼만 되는 것이다. 스승님을 뛰어넘겠다고 말하는 장인은 본 적이 없다. 실제로 그들의 실력이 스승보다 나을지 몰라도 그들은 언제나 스승의 뒤를 따른다. 스승의 꾸지람을 그리워하고 그렇게 그들은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며 스승을 만난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참 사랑하셨다. 그리고 그 사랑이 세상 마지막 날까지 남아있고 온 세상 끝까지 퍼져나가 세상을 다스리기를 원하셨다. 이를 위해 잘 상하지 않게 누룩 없는 빵과 음료 안에 계시면서 가장 작은이들과 함께 사시기로 하셨다. 우리는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이 빵과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과 사랑을 전한다(1코린 11,26). 우리 또한 주님을 따라 종이 되어 가장 작은이들에게 잘 해주며 주님의 따르고 그렇게 주님과 함께 온 세상을 다스린다.

 

스승이고 주님이신 예수님, 이웃들과 우주의 희생으로 오늘 제가 살고 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리로 건너가는 날까지 주님이 늘 저와 함께 계심을 기억하며 사랑하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를 주님의 길로 인도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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