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24일(부활팔일축제 수요일) 부서짐과 새로 태어남

이종훈

4월 24일(부활팔일축제 수요일) 부서짐과 새로 태어남

 

꿈이 점점 작아진다.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면 훌륭하고 멋진 사람, 근사한 일을 하고 있기를 바랐다. 훌륭하고 근사한 일은 고사하고 이제는 남에게 폐가 되지 않고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살기를 바란다.

 

하느님께 삶을 봉헌하여 수도자, 주님과 이웃에게 봉사하는 사제가 되었지만 정말 내가 그렇게 거룩한 지향으로 이 자리에 있는지 의심스럽다. 수도복을 입고 제의를 입어 전례를 거행하고 교우들 앞에서 온갖 좋은 말을 하지만 그 옷을 입고 그런 행위를 하는 이 몸은 여전히 죄인이다.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은 부서짐의 연속이다. 나를 무너뜨리고 부수는 존재가 나 자신인지 주님이신지 모르겠으나 여하튼 나는 부서지고 새로운 내가 만들어진다. 때로는 너무 바뀌어서 남과 마주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느님 앞에서 부서짐은 패배가 아니라 재탄생이다.

 

‘종교에 빠진 사람’이란 비난의 말이 있다. 그들의 비상식적인 행동 때문에 생겨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환상에서 못 벗어난 것이다. 진리를 찾는 사람은 매우 상식적이고 때로는 상식을 뛰어넘는 선택과 행동을 한다.

 

예수님은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세 번씩이나 예고했지만 제자들은 듣지 않았다. 그러니 그 예언이 현실이 되었을 때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부활하신 주님은 그들을 나무라지 않으시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설명해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마음이 뜨거워졌고(루카 24,32) 그들의 절망과 죄책감은 희망으로 바뀌었고 그들은 거기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꿈을 이루지 못해 서운하지만 괜찮다. 뒤돌아보면 하느님은 내게 좋은 일을 너무나 많이 아니 차고 넘치게 해주셔서 앞으로 더 이상 그렇게 해주시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할 정도이다. 그래도 여전히 꿈을 꾼다.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다. 꿈을 꾸는 동안 즐거웠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하느님은 나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신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하느님을 사랑해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행복하기를 바라실 거다. 그것이 하느님을 찬미함이고 그분의 영광을 드러냄이라고 믿는다.

 

참 좋으신 주님, 죄인의 동반자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부서지고 무너져야 할 것 같습니다. 주님은 만드시는 분이니 부서진 저를 새로 고쳐 만들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파도 현실을 똑바로 보게 해주시고, 거기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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