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1일(노동자 성 요셉) 노동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

이종훈

5월 1일(노동자 성 요셉) 노동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

 

창세기를 언뜻 보면 최초의 인간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아 낙원에서 쫓겨나고 그 벌로써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처럼 보인다. 낙원에는 온갖 풀과 과일나무들이 넘쳐나서 그냥 따먹기만 하면 되는데 그 밖에서 애써 땅을 일구고 거시덤불과 엉겅퀴를 해쳐가며 들의 풀을 먹고 살게 되었다(창세 3,17-19). 노동은 과연 벌인가? 아니다. 하느님도 세상을 만드시느라고 일하셨고, 당신을 닮을 사람을 만들어 그들이 그 동산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창세 2,17). 협력자까지 만들어주시며 외롭고 힘들지 않게 그 일을 하게 하셨다(창세 2,18).

 

노동은 인간조건이다. 하느님을 닮은 인간은 하느님의 일을 한다. 하느님의 일이란 창조, 돌봄, 구원이다. 어떤 이들은 인류는 잃어버린 낙원을 되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이들은 그 낙원을 완성해가는 중이라고 주장한다. 누구 말이 맞든, 우리는 지금 하느님을 향해 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끊어진 하느님과의 부자(녀)관계 회복인지, 없던 관계를 형성 혹은 완성해가는 건지 그것은 신학자들이 밝혀낼 일이고, 여하튼 우리는 하느님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가는 중이다. 그게 우리의 일이다.  

 

예수님이 그 일을 하셨다. 사람들이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을 알아 그분을 당신처럼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셨다. 그분의 그런 특별한 삶을 보고 사람들은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이 어디서 저런 지혜와 기적의 힘을 얻었을까?(마태 13,54).” 하느님의 아들이셨으니 모든 것을 다 아셨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우리와 너무 달라 친근감이 안 생긴다. 그 대신 하느님이셨지만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많아 그들의 생각과 계획, 기쁨과 슬픔, 희망과 불안을 당신의 것처럼 여겨 고민하다보니 그런 지혜와 기적의 힘이 생겨난 것이 아닐까? 게다가 그분은 목수였으니 동네 사람들의 집과 가구들을 수리해주고 가끔 집도 지어주면서 그들의 삶에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을 거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당신의 일을 완성하셨다. 아버지 하느님께서 엿새 동안 세상을 지어내시고 이렛날에 쉼으로 창조사업을 완성하시고 그날을 거룩하게 하셨던 것처럼(창세 2,3), 그분은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시며 구원을 다 이루셨고(요한 19,30) 당신의 삶을 거룩하게 하셨다. 노동은 벌이 아니라 삶이고 또 하느님을 찾아가는 길이다. 그래서 노동은 하느님을 만나게 하고 또 하느님을 닮아가게 한다. 예수님은 아버지를 따라 일하셨고(요한 5,17) 지금도 일하신다. 우리도 그분을 따라 일한다. 그것이 악한 것이 아니라면 인간의 모든 노동은 인류가족을 돌보며 구원에 참여한다. 육신과 정신이 움직일 때까지 일하고 그것들이 멈추면 마음으로 하느님과 함께 남겨진 이들을 위해 일하게 될 것이다.

 

예수님,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좋은 일을 많이 하게 해주십시오. 제 몸뚱이 하나 돌보는 일이 아니라 제가 알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그러면 거기서 하느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십자가 아래까지 아드님과 함께 가셨으니 그렇게 저와 함께 동행해주시어 넘어지고 흔들리고 곁눈질할 때 저의 손을 다시 꼭 잡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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