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7일 하느님을 닮은 인간

이종훈

5월 7일 하느님을 닮은 인간

 

예수님은 한 말씀만으로 병자를 치유하고 악령들을 쫓아내셨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천 명의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셨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그리고 그분이 살아계시는데 왜 오늘날은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복음서는 그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

 

이천 년 전 의학과 과학 지식으로는 그런 것들을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은 가능한가? 그런 시도는 할 수 있겠지. 당연한 인간의 수정체와 태아의 연속성도 인정하지 못하는데 동정잉태와 그런 기적들을 어떻게 설명하겠나? 그러고 보면 우리가 우주와 자연 현상을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은 지극히 작다.

 

예수님이 그런 기적들을 일으키셨다는 보도는 흥미롭기는 하지만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하는 것 같다. 만일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신비감을 넘어 두려움마저 생겼겠지만 수천 년이 지난 오늘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수님의 행적은 용서이다. 기적 이야기처럼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습도 이해할 수 없지만 억울하게 죽어가면서도 그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하시는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용서가 하느님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의 영역이다.

 

미움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용서가 얼마나 어려운 지도 잘 안다. 미움의 올가미에서 풀려나는 길은 용서임을 잘 알면서도 그리하지 못하는 괴로움 또한 잘 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을 따라 그런 기적들을 행하라고 명하시지 않았다. 그것은 온전히 하느님의 영역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분은 서로 끝없이 용서하고 또 그렇게 하게 해달라고 아버지 하느님께 청하라고 가르치셨다. 서로의 다름과 약점을 이해하지 않고, 실수와 잘못을 용서하지 않아 생기는 비극들을 매일 목격하면서도 용서를 말하려고 하지 않는 인간은 정말 어리석다. 인간이 하느님을 닮았음은 사랑이고 사랑의 절정은 용서이다. 박해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원수까지 사랑할 때 비천한 인간성은 하늘의 품위를 갖게 된다.

 

예수님, 빵과 물고기가 생겨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청하지 않습니다. 본들 무얼 보겠으며 이해한 들 뭘 따라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주님을 따라할 수 있는 것이란 더 낮아지고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사랑하여 용서할 수 없는 이들을 용서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의 은총을 부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전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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