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12일(부활 4주일) 집이 되어주라고

이종훈

5월 12일(부활 4주일) 집이 되어주라고

 

세상은 수많은 외침과 주장들로 점점 더 시끄러워지는 것 같다. 교회도 수도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상품이 제일 좋고, 자신의 이론이 참돼서 모두에게 이롭다고 주장한다. 그것들 중 대부분은 거짓이다. 그래서 참되고 좋은 것을 식별해내야 한다. 오죽하면 팩트체크라는 말이 일상적인 것이 되었을까. 진실과 필요한 말만 한다면 세상은 참 조용하고 평화로울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그 중에서 다시 주님의 목소리를 구별해야 한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요한 10,27).” 이렇게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어떻게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을까?

 

가장 기초적인 식별기준은 작은 목소리이다. 하느님은 산을 할퀴고 바위를 부수는 강한 바람도 가운데도 아니고 땅이 갈라지는 지진과 뜨거운 불 속에도 계시지 않는다. 그분은 이 모든 것이 지나간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신다(1열광 19,11-12). 그 여리고 작은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조용한 가운데 홀로 있어야 한다. 그 때 자신과 마주하고 또 하느님과 마주할 준비를 한다. 그 시간은 평화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이렇게 시끄러운 세상에서 그 여리고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가난한 목소리를 따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예수님 말씀처럼 사람들은 크고 넓은 길,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간다. 반면에 그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적다(마태 7,13-14). 그 문은 구원으로 통하고 그것은 상생 공존 평화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그곳임을 안다. 세상의 소음들도 겉으로는 그것을 말하지만 속에는 자신의 이익을 숨겨 놓았다. 그래서 참 시끄럽다. 반면에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진리를 품은 사람은 그 목소리처럼 조용하고 차분하다. 그것은 그들이 하느님께 속해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분은 위대하셔서 어떤 것도 죽음도 자신을 하느님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음을 안다(요한 10,29).

 

세상이 진리에 대해 취하는 일반적인 태도는 폭력이다. 예언자들과 하느님의 사람들 그리고 하느님의 아드님도 그렇게 다루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혹독한 박해는 내부의 박해이다.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따르는 교회와 수도원에 사랑이 사라져감이 바로 그것이다. 서로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주고, 더 많이 이해하고 인내하며 서로에게 편안한 집이 되어주어야 할 텐데. 하느님이 우리의 진정한 집이지만 그분은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으니 그분을 품은 우리가 서로에게 그분의 집이 되어주라고 하셨을 거다, 서로 사랑하라고. 소속감은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너의 집이 되어주면 내가 하느님께 속해 있음을 더욱 잘 알게 될 것이다.

 

예수님, 귀를 기울여 주님의 여리고 작은 목소리를 잘 듣겠습니다. 주님의 목소리를 잘 듣지 못함은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작고 여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용기의 은총을 주시어 기꺼이 저 자신과 마주하고 이런 저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목소리를 듣게 하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차리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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