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18일 하느님을 뵙고 싶다고?

이종훈

5월 18일 하느님을 뵙고 싶다고? 

 

예수님은 제자들이 당신의 아버지를 보았다고 하시는데, 그들은 여전히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고 청한다(요한14,7-8). 이는 바로 전에 예수님은 제자들이 당신이 가시는 길을 알고 있다고 하시고 그들은 그 길을 모른다고 한 것과 비슷하다. 예수님은 이미 다 보여주고 알려주셨다고 생각하는데 제자들은 못 봤고 모른다고 한다. 둘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필립보는 왜 하느님을 뵙고자 했고 또 어떤 하느님의 모습을 상상했을까? 그러면 우리는 어떤 예수님의 얼굴을 상상하나? 기껏해야 긴 머리에 수염이 덥수룩하고 파란 눈의 잘생긴 남자 정도 아닌가? 그건 영화에서 본 얼굴이다. 그 모습이 어떻든 지금 주님께서 내 앞에 나타나신다면 기뻐 반갑게 맞이하지 못하고 베드로처럼 행동할 것이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 5,8).” 과학자들이 밝혀낸 자연과 우주의 신비를 쫓아가다보면 하느님께 나의 존재는 바다의 모래 알갱이 하나, 벌레 한 마리보다 못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 거기에 하느님을 슬프게 해드렸던 수많은 기억들이 베드로의 그런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러니 어떻게 하느님을 직접 뵙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나?

 

성모님은 이곳저곳에서 자주 나타나셨지만 예수님은 그러지 않으셨다. 그도 그럴 것이 그분이 나타나시는 날은 세상 마지막 날이다. 그러니 예수님의 발현을 주장하는 이는 모두 사기꾼이다. 우리가 아는 예수님의 가장 객관적인 모습은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모습이다. 얼굴이 어떻게 생기셨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분이 왜 저렇게 되셨는지 그리고 저렇게 되실 줄 알면서도 꿋꿋하게 그 길로 가신 이유가 무엇인지 똑바로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하느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하느님께로 마음을 돌리라는 것이다. 아드님을 저렇게까지 내어주실 정도로 세상을 사랑하시는 아버지 하느님을 믿으라는 것이다.

 

기적을 체험하거나 예수님과 성모님의 발현을 목격하고자 하는 쓸데없는 바람은 말 그대로 아무 쓸데가 없다. 우리들이 오죽 믿음이 부족하면 성모님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나셔서 직접 말씀하시겠나? 성경과 벽에 있는 십자가면 충분하다. 이미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것은 하느님께 마음을 돌리고 그분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게 잘 안 되는 것은 하느님이 뭔가 덜 해주셔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그 큰 사랑을 우리가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는 받을 수 없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용서해줘야 할 사람이 없으니 하느님께 용서를 청할 자격도 안 된다(마태 6,12). 그저 하느님의 자비를 기다릴 뿐이다. 그 자비를 얻기 위해 십자가의 예수님이 바로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믿는 거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예수님,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그 자비를 제게 얻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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