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19일(부활 5주일) 친구 하느님

이종훈

5월 19일(부활 5주일) 친구 하느님

 

현재 저희 수도회 총장 신부님은 캐나다 분이고, 지난 총회 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재선되셨습니다. 그럴 수 없겠지만 그분은 5천 명의 회원 이름을 모두 알고 계신 듯합니다. 저와 만날 때도 제 이름뿐만 아니라 근황과 고민에 대해 물으시며 대화하십니다. 그전에 제가 말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고 계셔서 마치 엊그제 하던 대화를 이어간다고 착각할 정도입니다. 그분은 저뿐만 아니라 거의 다른 모든 형제들에게 그렇게 하십니다. 지난 총회 한 달 동안 같은 형제들과 식탁에 앉아 계신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몇 가지 언어가 자유로우시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있는 것은 단지 언어능력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수도회와 형제들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그렇게 친근해도 그분은 여전히 저의 최고장상이십니다. 친구처럼 이름을 부르며 농담을 주고받고 또 어려운 고민을 상담하지만 저는 그분의 결정이 곧 하느님의 명령이라고 믿고 따릅니다. 하느님은 사람이 되셔서 제자들을 불러 모으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뵌 유일한 사람이셨습니다. 그분은 하느님께 들은 모든 것을 그들에게 알려주셨다고 그들을 친구라고 부르셨습니다(요한 15,15). 더 나아가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게 해주셔서 그들과 친구를 넘어 형제자매가 되셨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에게 그분은 여전히 주님이요 하느님이십니다. 친구 형 오빠 가족처럼 친근하지만 그분은 우리가 복종하고 따라야 할 우리의 영원한 주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요한 3,16).” 예수님 안에서 수직관계와 수평관계가 하나가 됩니다.

 

내려오고 낮아지고 봉사하고 헌신하며 희생하는 것은 참으로 하느님을 닮은 사람의 모습입니다. 하느님이신 예수님이 우리에게 그것을 보여주셨습니다. 하늘나라는 하늘에 있지 않습니다. 그 하늘이 우리가 사는 이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요한은 새 하늘과 새 땅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했습니다(묵시 21,2). 그 하늘은 우리 안에 그리고 내 안에 있습니다. 원수까지 사랑하려는 우리들 안에 있습니다. 우리는 거기서 우리의 절친한 친구 형제이며 영원한 주님이시며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만납니다. 하느님과 함께 사는 데 걱정과 두려움이 있을 리 없습니다. 이를 두고 요한은 그 새 땅에는 바다가 더 이상 없다고 했습니다. 바다가 성났을 때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는 잘 압니다. 그러니 새 땅에는 우리를 위협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새 하늘과 새 땅에 사는 새로운 민족이지만 여전히 이 땅에서 삽니다. 인간의 폭력과 야만성을 거의 매일 보고 듣습니다. 거짓도 우기면 진실이 되고, 믿고 나를 맡길 사람이 없어 보이는 세상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절망하지 않고 친구의 말을 듣고 따릅니다. 그분은 우리를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목숨을 내놓고 죽음에서 되살아나신 분이 거짓말을 하실 리가 없습니다. 진실을 말하고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전과 박해 그리고 십자가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이를 자주 말씀하시며 당신이 그들의 눈에서 사라지더라도 혼란스러워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지니고 사셨던 그 평화를 선물로 줄 테니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겁내지 말라도 하셨습니다(요한 14,27). 참 사랑에는 혼란이 없습니다. 원수까지 사랑해버리는 데 적개심이 끼어들 틈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이들은 이 세상에 속하지 않고 이미 이 세상으로 내려온 하늘나라시민입니다. 서로 사랑합시다.

 

우리의 친구이자 영원한 주님이신 예수님, 주님의 계명을 기억하고 지킵니다. 그 간단한 계명을 자꾸 잊어버려 친구를 슬프게 하지만, 주님은 그런 저를 용서하신다고 믿기 때문에 다시 사랑하겠다고 고백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께 순종하셨던 그 마음을 저희에게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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