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20일 엄마 밥 줘!

이종훈

6월 20일 엄마 밥 줘!

 

‘엄마, 밥 줘~’하면 밥이 나왔고, ‘엄마 내 양말~’하면 양말이 건네졌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나의 하느님이었다. 말만하면 내게 필요한 것들을 주셨다. 그런데 ‘어머니, 진지 드세요.’ ‘어머니 이거 입으세요.’라고 말씀드렸던 때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이 하시던 기도가 아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신 기도다. 하느님이 인간인 우리들이 하느님께 바치라고 직접 가르쳐주신 기도다. 하느님이 우리의 입과 마음을 통해 듣고자 하시는 기도이다. 그 기도는 이렇게 시작한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느님은 전지전능하신 창조주이전에 아버지, 어머니시다.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지만 마음은 ‘엄마, 나 밥!’이라고 말하는 그 마음이다. 세상 모든 아버지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아버지들도 서운하지만 그 마음에 동감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하느님은 그 이상이다. 단지 세상에서는 그 이상의 사랑과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하느님의 사랑은 믿음의 대상이다. 하느님도 서운하지만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엄마는 말해야 나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지만 하느님은 말하기도 전에 그것을 아신다(마태 6,8). 그런데도 달라고 굳이 청함은 하느님을 조름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청하는지 그리고 하느님과 내가 어떤 관계인지 나 자신에게 가르쳐주기 위함이다.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여 효도하는 시늉을 내지만 하느님께는 그 조차도 못한다. 목숨을 내어주신 하느님께 무엇으로 어떻게 보답할 수 있겠는가?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잊지 않고 늘 고마운 마음으로 오늘도 염치없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당신을 아빠, 아버지, 엄마, 어머니라고 부르는 마음이 아직은 제 부모님을 대할 때만큼은 못 되니 참 죄송합니다. 이렇게 많이 그리고 잘 도와주셨는데도 제게 하느님은 그 앞에서는 조심해야 하는 아직은 조금 어려운 분이시니 어쩌겠습니까? 하지만 언젠가는 제 어미보다 더 편하고 안전하게 당신을 대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당신을 향해 한 발짝 다가서려고 하니 말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세상에서 가장 하느님을 닮은 그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하셨으니 저도 당신처럼 하느님을 무한히 신뢰할 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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