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3일 하비에르 대축일, 선교와 구원

이종훈

12월 3일 하비에르 대축일, 선교와 구원

 

세례가 곧 구원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들조차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에서 마음의 평화, 건강을 비롯한 자신의 어려운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종교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종교에서, 교회에서 무엇을 찾고 기대하는 것일까? 평화, 자유, 해방, 안전 그것은 한 마디로 구원이다.

 

공적인 선교사들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선교의 의무를 지닌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온 세상에 당신의 복음을 전하라고 명령하셨기 때문이다. 세례가 곧 구원이 아니고, 교회가 온갖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없음을 알고 있는데 과연 선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떠남 : 선교의 첫째 단계는 떠남이다. 아브라함이 자신의 고향을 떠나 하느님이 이끄시는 곳으로 갔던 것처럼 오늘도 많은 선교사들이 자신의 고향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간다. 이것은 새로운 문화와 언어의 환경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마치 하느님이 하늘을 떠나 이 땅으로 내려오신 것 같다. 철저한 선교사들은 그 새로운 땅에서 일하고 죽어 그 땅에 묻히기를 원하기도 한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와 문화적 환경을 떠나 낯설고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가서 그 공동체의 한 일원이 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종도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변방’으로 나아가도록 권고한다. 안락하고 익숙한 곳을 떠나 소외된 사람들, 아무도 친구가 되어 주지 않는 사람들,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세상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라고 권고하신다. 그런데 이런 지향과 시도는 내적인 변화와 변형을 드러내 보여준다. 모든 고등종교의 수덕생활에는 자기 비움을 강조한다. 하느님을 만나는 첫째 조건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다. 풍요로워지기를 원한다면 내어 주라는 의미이다. 또한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었던 자신의 거짓자아와도 이별하라는 의미이다. 거짓자아는 말 그대로 거짓이기 때문에 참된 자아,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에게서 떠나는 것이다. 악습을 버리고, 반복되는 잘못을 그만 두기를 결심하는 것이 그것이다.

 

만남 : 떠남은 그 자체가 아니라 변방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것이다.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이 그 사람들을 만나 복음을 전하면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내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들을 말하며,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으며, 또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다(마르 16,17-18).” 고통과 외로움으로 눈물 흘리는 이들을 위로해주고, 그들의 문화와 환경과 그들이 처한 딱한 현실을 이해하려 애쓰면서 그들이 말을 알아듣기 시작한다. 두렵고 떨리지만 악과 고통의 현실을 직면하고 그들의 상처에 손을 댄다. 그러면 그들은 위로받고 치유 받을 것이다. 사실 그것은 선교사들의 능력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서 말씀하시고 그들 안에서 일하시는 성령의 능력에 의한 기적들이다.

 

보상 : 선교는 곧 순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것은 고단한 일이다. 그런데 그들을 부르시고 파견하신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아무런 보상도 약속하지 않으셨다. 사도 바오로도 그런 보상을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자신의 책무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행하지 않으면, 복음을 전하지 않으면 자신이 불행해질 것이라고 고백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내가 복음을 선포하면서 그것에 따른 나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복음을 거저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1코린 9,16-18). 복음을 전하는 것 그 자체가 자신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라고 했다. 이는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서 당신 성전의 일을 맡아보는 레위인에게 하셨던 약속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그 때문에 레위인에게는 동족과 함께 받을 몫도 상속 재산도 없다. 그 대신에 주 너희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주님께서 친히 그들의 상속 재산이 되신다(신명 10,9).” 그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하느님 그 자신이다. 그들은 하느님을 완전히 소유하고, 그들은 완전히 하느님께 속하게 된다. 그것이 그들의 보상이고, 선교사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다.

 

우리는 하느님께 구원의 선물을 주시기를 바라지만, 하느님은 그보다는 선교의 명령을 내리신다. 우리에게 구원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간절할지 모르실리 없으신 아버지께서 그에 대한 약속 대신에 선교의 명령을 내리신다. 하느님을 신뢰한다면 그분의 명령이 곧 구원이라고 믿을 수 있지 않을까? 떠나서 그들 안으로 들어가면 그곳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이 우리의 바람을 들어주셨다고 확인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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