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27일(영원한 도움의 성모 축일) 도움

이종훈

6월 27일(영원한 도움의 성모 축일) 도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나는데 비는 내리지 않는다. 마당으로 나가도 비를 맞지 않는다. 이상하지만 다시 잘 생각하니 이상할 게 없다. 그것은 빗소리가 아니라 아주 짙게 낀 안개의 물방울이 나뭇잎에 모여 지붕과 풀밭위로 떨어지는 소리다.

 

하느님의 은총이 이런 것이 아닐까? 온 세상에 은총이 내리지만 우리는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물방울 소리가 짙은 안개를 알리듯 이사람저사람이 하느님의 은총을 증언한다. 하느님은 보이지 않게 우리와 함께 계시고 드러나지 않게 우리를 도와주신다. 없는 듯 계시고 아무 일도 안 하시는 듯 우리를 도와주신다.

 

사람들은 하느님이 우리를 조종하는 줄 알지만 그분은 당신의 자녀들을 존중하신다. 그래서 우리를 당신께로 폭력적으로 끌고 가지 않으신다. 그 대신 우리를 초대하고 기다리고 도와주신다. 구원사업이 완성되는 바로 그 자리에 성모님이 계셨고, 그분을 우리의 어머니가 되게 하신 것도(요한 19,26-27) 바로 그 이유였을 것이다. 우리에게 엄마, 어머니가 얼마나 필요한 존재이고 얼마나 가깝고 편해하는 지 잘 아셨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성모님은 당신께 달려드는 이들을 당신 치마폭에 감싸고 계시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 모두를 아드님께로 인도해주신다. 예수님의 말씀을 더 잘 알아듣게 도와주셔서 하느님 아버지와 더욱 가까워지게 해주신다. 엄마처럼 나를 잘 도와주는 존재는 없다. 의사나 간호사의 손보다 더 부드럽고 편하게 나의 아픈 몸을 만지는 손이 엄마의 손이다. 그분은 나의 병을 치유하실 수는 없으나 잘 치료받게 도와주신다. 그분은 하느님은 아니지만 참 하느님을 알게 도와주신다.

 

성모님은 우리를 도와주신다. 도움은 용서만큼이나 하느님을 닮은 인간의 행동이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나를 영원히 도와주겠다고 약속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러니 당신 스스로 ‘나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다.’라고 하셨던 그 증언은 전능하신 하느님을 떠올리게 하는 가장 적절한 인간의 언어이다. 그분의 도움은 현실도피가 아니라 그 현실 속에서 전능하신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게 하고 또 그분과 더욱 가깝게 해준다. 그분의 이름은 우리 모두가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고 알린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 돕고 서로 사랑해야 한다.

 

오늘은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축일이다. 소박하게 계획했던 축일행사가 이상하게 커져버렸다. 어제 비가 온다는 예보에 형제 하나가 저녁식탁에서 걱정하며 ‘성모님 축일이고 당신이 그 사람들을 다 초대해놓고 비를 내리시면 어쩝니까?’하고 불평했다. 그래서일까, 밤사이 일기예보의 비 그림은 구름 그림으로 바뀌었다. 그분은 참 영원한 도움의 성모이시고 그 이름은 참으로 전능하신 하느님을 닮았다.

 

전능하신 아버지 하느님, 아드님을 저희에게 보내주셔서 당신을 알려주시고 그분은 저희를 어머니께 맡겨 보호와 도움을 받게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주님은 당신을 찾아가는 긴 여행길에 함께 해주십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수 세기 동안 어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어머니의 놀라운 도움을 증언합니다. 그리고 그 증언들은 세상 끝 날까지 저희와 함께 계시겠다는 약속을 지키시는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게 해줍니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번호 제목 날짜
1693 [이종훈] 나해 9월 22일 선택(+MP3) 2021-09-22
1692 [이종훈] 나해 9월 21일(한가위) 저녁노을(+MP3) 2021-09-21
1691 [이종훈] 나해 9월 20일 시대를 앞서가는 신앙(+MP3) 2021-09-20
1690 [이종훈] 나해 9월 19일(연중 제25주일) 종(+MP3) 2021-09-19
1689 [이종훈] 나해 9월 18일 간직하여 인내로써 자라는 영원한 생명(+MP3) 2021-09-18
1688 [이종훈] 나해 9월 17일 돈을 따라다니지 마십시오.(+MP3) 2021-09-17
1687 [이종훈] 나해 9월 16일 만남(+MP3) 2021-09-16
1686 [이종훈] 나해 9월 15일(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고통을 품으신 분(+MP3) 2021-09-15
1685 [이종훈] 나해 9월 14일(성 십자가 현양 축일) 십자가 사랑(+MP3) 2021-09-14
1684 [이종훈] 나해 9월 13일 어떻게 믿는가?(+MP3) 2021-09-13
1683 [이종훈] 나해 9월 12일(연중 제24주일) 줄서기(+MP3) 2021-09-12
1682 [이종훈] 나해 9월 11일 바보들(+MP3) 2021-09-11
1681 [이종훈] 9월 10일 험담중지(+MP3) 2021-09-10
1680 [이종훈] 나해 9월 9일 하늘나라(+MP3) 2021-09-09
1679 [이종훈] 나해 9월 8일(성모님 탄생 축일)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MP3) 2021-09-08
1678 [이종훈] 나해 9월 7일 힘의 근원(+MP3) 2021-09-07
1677 [이종훈] 나해 9월 6일 착한 마음과 십자가의 길(+MP3) 2021-09-06
1676 [이종훈] 나해 9월 5일(연중 제23주일) 사리 분별 능력(+MP3) 2021-09-05
1675 [이종훈] 나해 9월 4일 몸(+MP3) 2021-09-04
1674 [이종훈] 나해 9월 3일 새 옷 갈아입기(+MP3) 2021-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