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7월 8일 끔찍한 사랑

이종훈

7월 8일 끔찍한 사랑

 

창문 밖으로 반가운 빗소리가 들린다. 귀가 먹먹하고 두려움마저 느낄 정도로 유난히 조용하더니 비가 오려고 그랬나보다. 어두운 새벽 빗방울 소리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아마 어머니 태속에 있었던 때를 상기시키기 때문인가 보다.

 

하느님 품안이 그럴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알기로 하느님은 외아들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실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시는데 정작 우리들은 그분을 어렵고 심지어 무서워한다. 이스라엘 민족은 그분의 이름 야훼를 알면서도 절대 부르지 못했다. 부모님의 함자를 함부로 부르지 않는 우리 정서와 잘 맞아 좋지만 하느님은 서운하실 것 같다.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을 멀리하고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죄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셨다. 오랫동안 하혈하는 병을 앓아 공적으로 부정한 여인이 당신을 만진 것을 두고 나무라기는커녕 칭찬하셨다(마태 9,22). 부정한 중에 가장 부정한 시체의 손도 잡으셨다(마태 9,25). 그러니 세리와 창녀들과 밥을 같이 드시고 웃고 떠드는 건 그분에게 특별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얼마나 우리와 가까워지기를 바라시는 지 그렇게 보여주시고 알려주셨다.

 

본당신부님이 주교님이 교황님이 우리 집을 찾으신다면 영광스럽긴 하겠지만 솔직히 반갑지 않다. 그분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느님도 멀리서만 바라보고 드릴 말씀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전하는 것은 아닐까? 예수님이 혼인하셨다면 부인과 자녀들을 끔찍이도 사랑하셨을 거다. 사실 하느님의 진짜 인간사랑은 그보다 더 끔찍하고 그분의 품은 엄마의 뱃속보다 훨씬 더 편하고 안전하다. 이것이 나의 믿음이고 내가 전하는 복음이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1요한 4,8).

 

예수님, 세상 권력자들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잘 해주셨던 예수님이 못마땅해서 당신을 모욕하고 십자가에 달아 살해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저희와 그들을 위한 마지막 그리고 가장 큰 선물이고 사랑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피해 도망갈 곳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런 곳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지옥일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오늘도 어제아침처럼 잘 살아보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렇게 잘 안 될 거라는 불안감이 스며들지 않게 어머니와 눈을 맞추며 도움을 청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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