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7월 12일 아버지

이종훈

7월 12일 아버지

 

라디오에서 병든 아버지와 지낸 몇 개월의 체험을 나누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진행자들이 얼마나 실감 나게 이야기해주던지 결국 눈물이 쏟아져 나오고야 말았다. 차를 세우고 엉엉 울고 싶었다. 그래도 마침 그곳이 길이 막히는 곳이어서 눈물을 닦을 수는 있었다. 더 들어보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고맙지만 그 고마움은 송구함과 그리움이다.

 

어머니가 그리움이라면 아버지는 미안함이다. 인간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으나 남자는 외로운 동물이다. 아버지는 이해와 포용보다는 늘 아쉬움과 서운함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그건 내가 건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음을 이제 알겠다. 그분도 보호와 사랑을 받아야 하는 나약한 한 사람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참 죄송하다, 잘 해드릴 겨를도 없이 떠나보내드려서.

 

내게 가장 큰 슬픔은 여기까지이다. 앞으로 이보다 더 큰 슬픔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자식을 잃은 슬픔이 이보다 더 크다고 한다. 부모는 땅에 묻지만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 않나. 야곱은 죽은 줄만 알았던 사랑하는 아들 요셉을 다시 만나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내가 이렇게 너의 얼굴을 보고 네가 살아 있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는 기꺼이 죽을 수 있겠구나(창세 46,30).” 자식을 잃은 슬픔과 고통이 얼마나 컸으면 죽을 수도 없었을까?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하느님은 당신 외아들의 수고 수난 죽음을 하늘 위에서 아니면 아드님 안에서 고스란히 지켜보셔야 했다. “아버지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르 15,34)”하며 울부짖는 아들의 절규를 들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버지의 고통은 세상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거다. 남을 위해 아들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 게다가 죄인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게 우리 하느님의 사랑이다. 그런 사랑은 세상에 없으니 믿는 수밖에 없다. 이제 하늘에 계신 아버지,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이 나의 아버지, 엄마다.

 

참 좋으신 아버지 하느님, 이제는 정말로 당신이 저의 아버지이십니다. 부르기만 해도 목소리가 떨리고 마음이 울컥하는 바로 그분이 당신이십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의 엄마를 부르던 마음으로 당신을 부르면 당신은 아들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가르쳐주실 겁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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