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7월 13일 신의

이종훈

7월 13일 신의

 

어느 광고 문구에 가족을 위해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재료는 사랑 한 숟가락, 정성 한 숟가락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말이 쉽지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수십 년 그리고 대를 이어 고집스럽게 그 방식을 고수하며 음식을 만드는 이들을 장인, 명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참으로 존경스럽다. 군대에서도 주방 군기가 가장 세다. 그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 없다. 음식이 완성된 후에는 거기에 무슨 재료가 어떻게 요리되었는지 특별한 전문가가 아니면 정말 알기 어렵다. 먹는 사람은 따지지 않고 그냥 먹는다. 믿으니까 먹는 거다.

 

성경은 죄인들의 이야기, 죄인들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이야기이다. 당신의 백성들은 자주 약속을 어기지만 하느님은 끝까지 당신의 이름을 걸고 당신의 목숨을 걸고 그 약속을 지키신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하느님을 믿고 그분의 계명을 지키라는 이야기이다.

 

구약의 요셉은 죽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제 죽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여러분을 찾아오셔서, 여러분을 이 땅에서 이끌어 내시어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맹세하신 땅으로 데리고 올라가실 것입니다. … 하느님께서 반드시 여러분을 찾아오실 것입니다. … 그때 여기서 내 유골을 가지고 올라가십시오(창세 50,24-25).”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그의 후손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데리고 이집트를 떠날 때 그 유골을 챙겨 나갔다(탈출 13,19). 정말 하느님은 이스라엘을 찾아오셨고 요셉의 후손은 아무리 오랜 시간을 흘렀어도 그의 말을 지켰다.

 

그 이후 더 많은 시간이 흘러 하느님은 진짜로 우리를 찾아오셨고 정말로 우리를 당신의 나라로 데려가신다. 우리는 성경에 등장하는 그들처럼 하느님과 계약을 번번이 깨뜨린다. 그런데도 또 약속한다. 참 얼굴도 두껍다. 그래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 닢짜리 참새 한 마리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허락하시지 않으면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분은 나의 머리카락 숫자까지 다 아실 정도를 나를 속속들이 다 아신다(마태 10,29-30). 개인 정보를 철저히 감추는 오늘날 이런 하느님을 못마땅해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는 참 편하고 좋다. 그분은 내가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할 것을 아시면서도 오늘의 결심을 기쁘게 받으신다. 참 속도 없는 분이시다. 나는 바로 이분을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으로 믿고 그분이 주시는 것은 무엇이든 맛있게 먹고 마신다. 어떻게 하느님이 사람이 되고 그 빵과 포도주가 어떻게 당신의 살과 피가 되는지 하나도 모르지만 주님께서 그게 그거라니 믿고, 먹고 마시라니 그리한다. 그분이 주시는 계명은 무엇이든 진리라고 믿는다.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신뢰이다. 그리고 그렇게 잘 못 해도 그리 살려고 애쓴다.

 

주님, 제가 수사님, 신부님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음은 주님보다 제가 더 잘 알 겁니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감은 위선이 아니라 죄인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잘 지키지 못하는 같은 결심을 또 하는 것은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만은 선하고 참되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 자신에게 실망해서 어둠 속에 있지 않고 저를 부르시는 주님의 목소리에서 빛을 발견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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