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7월 20일 악을 이기는 선

이종훈

7월 20일 악을 이기는 선

 

예수님은 하느님을 세상에 보여주시려고 내려오셨다. 그런데 그분은 이스라엘을 이집트 노예생활에서 해방시켰던 하느님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맏배를 모조리 죽이시는 재앙까지 포함해서 열 가지 재앙을 내리시고 홍해를 갈라 마른 땅을 걷게 하시는 말 그대로 전능하신 하느님의 모습이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 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분은 적대자들과 맞서 싸우지 않고 오히려 그 자리를 피하셨다. 그러면서도 당신을 따라오는 사람들을 모두 고쳐주시며 하시던 일을 계속하셨다. 마태오복음사가는 그런 예수님이 바로 이사야 예언자가 예고했던 메시아라고 전했다. “보아라, 내가 선택한 나의 종, 내가 사랑하는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내가 그에게 내 영을 주리니 그는 민족들에게 올바름을 선포하리라. 그는 다투지도 않고 소리치지도 않으리니 거리에서 아무도 그의 소리를 듣지 못하리라. 그는 올바름을 승리로 이끌 때까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니 민족들이 그의 이름에 희망을 걸리라(마태 12,18-21; 이사 42,1-4).”

 

이집트에게 내리셨던 재앙들은 파라오가 모세가 전한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고 오히려 이스라엘 백성들을 더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가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더라면 그런 재앙도 없었을 것이다. 하느님은 당신 백성을 구하신 것이지 그들에게 벌을 내리신 것이 아니다. 예수님은 적대자들을 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까지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마음을 바꿔 하느님께로 돌아오게 하시려고 세상에 오셨다. 그분은 하느님 나라를 지키는 투사가 아니셨다.

 

그러고 보니 우리 신앙의 선조들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 관에 맞서 싸우지 않고 정든 고향을 떠나 척박한 곳으로 숨어들어가 조용히 살고자 했다. 죽기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하느님을 배반하지 않았다. 싸우지 않고 신앙을 지켰다. 폭력은 반드시 또 다른 폭력을 부르니 그것은 하느님이 기뻐하실 일이 아니다.

 

예수님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마태 11,29)이 곧 하느님의 마음이고 그런 마음을 지닌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아주 가깝다. 그들의 선하고 의로운 삶은 많은 열매를 맺어 세상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 적대자들의 손에 희생되기까지 당신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으셨던 예수님은 부활하셔서 오늘도 당신 제자들과 함께 계신다. 수많은 도전과 폭력 속에서도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살기를 바라시며 우리들을 위로하시고 격려하신다. 그 길이 적을 완전히 굴복시키는 유일하고 가장 빠른 길이다.

 

예수님, 복잡하고 거친 세상에서 주님처럼 사는 게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주님처럼 살면 주님처럼 당하겠지만 주님처럼 부활하고 마침내 완전하게 승리하리라 믿습니다. 저희 믿음이 참으로 부족하니 믿음을 더해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를 주님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인도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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