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하느님의 기쁨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이종훈

하느님의 기쁨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죄를 좋아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왜, 우리는 같은 죄를 반복해서 짓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한다. 자신이 좋아하니까 그러는 거다. 더 자세히 말하면 그렇게 하면 좋을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은 유혹이 되지 않는다. 그것이 나쁜지 알고는 있지만, 좋아하기 때문에 유혹이 되고 매 번 그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참으로 비참하다. 우리가 악해서가 아니라 약해서 자꾸 죄를 짓는 것이다.

 

하느님이 손수 빚어 만드신 하와도 그 열매만은 따먹지 말아야한다는 계명을 잘 알고 있었고, 그것 외의 다른 열매들로도 충분했었지만, 뱀의 말을 들으니 “그 나무 열매는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 보였다(창세 2,6).” 그러면 안 되는 줄 알고 있었지만 좋아보여서 결국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게 되었다. 그의 후손인 우리들은 그런 경향을 지니고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겉모습만 아니라 말투, 습관까지 닮는 것처럼 우리는 부모의 모든 것을 물려받는다. 세례로써 원죄는 씻었지만, 그런 경향, 성향 즉 알면서도 그렇게 되어버리는 약한 본성은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있다. 그 약한 본성에는 공동체적인 차원도 있다. 쉬운 말로, 그 공동체의 분위기가 자신의 결정과 실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싫으면서도 공동체 분위기에 따르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그것은 개인의 생활방식의 일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한다.

 

이런 죄의 굴레에서 해방시켜주시기 위해서 하느님은 당신의 아드님을 내어주셨다. 우리가 그분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해주셨다.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 사랑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정하셨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그 좋으신 뜻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에페 1,4-5).” 당신의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시려고 한 여인을 선택하셨다. 마리아가 원죄에 물들지 않게 안나의 몸 안에 잉태되게 하셨다. 그리고 때가 차자 당신의 계획을 그 여인, 마리아에게 알리시고 동의와 협력을 원하셨다.

 

원죄에 물들지 않고 잉태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마리아가 언제나 하느님의 뜻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와는 하느님께서 손수 빚어 만든 여인이었지만,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이런 계획과 제안을 곰곰이 생각하고,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 1,34)” 하며 설명을 요구했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설득시켜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천사는 그것을 설명해주지는 않았지만, 예표들을 들며 하느님께는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러자 마리아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하며 하느님의 뜻에 동의하고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마리아는 피조물로서 자신의 신원과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실천했다.

 

하느님의 뜻은 나와 우리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것이기에 우리는 그분의 뜻을 따라야 한다. 그분을 위해서가 아니고 나와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이다. 그러나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우리는 그렇게 살지 못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약한 본성 때문에 원죄적 상황 속에서 사는 우리는 우리가 알고 바라는 대로 선하게 살지 못한다. 이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한 것, 하느님의 뜻을 선택하고 실천하겠다는 결심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결심은 내가 옳다고 믿는 것도, 선한 일이라고 믿는 것, 공동선이라고 믿는 것을 행하겠다는 것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이미 나 자신은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결심의 기준은 단 하나,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림’이다. 또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결심을 하면 모든 일이 잘 되리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하지만, 하느님은 우리의 그 순수한 지향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실패하고 죄를 또 다시 짓게 되어도 두려워하거나 크게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하느님의 기쁨이 나의 선택과 실천의 단 하나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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